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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데"…폭언에 노출된 여성폭력 상담사 4명 중 3명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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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자 930명 설문조사, 74.4% 소진 경험
"폭력 가해자 대면하는 경우 잦아" 스트레스

"가해자에게서 '네가 뭔데 여기 왔냐, 저리 가 있어라' 등 언어적 위협과 고성에 시달려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종사자)


"나 자신도 못 챙기는 상황에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하는 생각에 자책감과 자괴감이 들어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4명 중 3명이 지난 1년간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인 ‘소진’(번아웃)을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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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경북여성정책개발원(김민아 책임연구원)이 진행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소진(번아웃·burn out)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응답자의 74.4%(692명)가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2022년 7월20일부터 8월31일까지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여성긴급전화1366센터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672곳 종사자 930명을 대상으로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인 '소진'을 겪은 적 있는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물었다.

소진(번아웃)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으로, 감정적이고 대인관계 요구가 높은 직무에 장기간 종사할 때 나타나는 정서적·행동적 스트레스 반응이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 종사자, 소진 경험 높아
"네가 뭔데"…폭언에 노출된 여성폭력 상담사 4명 중 3명 '번아웃'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이번 조사에서 성매매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에서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83.0%로 가장 높았다. 또 근무경력 3년 이상~5년 미만(84.9%), 중간관리자(85.6%)에서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들 종사자 소진의 원인은 '직·간접적 폭력 경험'과 폭력 노출에 따른 '대리외상'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소진이 열악한 업무 환경과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직·간접적 폭력에 노출되는 데 따른 대리 외상과 관련 있다고 봤다. 이용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행동에 제재를 가하면 욕설과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과 심층 인터뷰를 한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근무 2년 차인 A씨는 "이미 규칙을 정했는데도 행동에 대한 제재를 가했을 때 직접적인 욕설을 들었고, 입소자에 따라서는 종사자 가족에 대해 욕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종사자들은 업무 특성상 폭력 가해자를 대면하는 상황에서 가해자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가해자의 직간접적인 언어, 정서, 신체 폭력 위험성에 노출된 것이다.


이용자들이 자살 또는 자해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아 종사자들이 불안과 걱정을 안고 지낸다는 응답도 상당했다.


소속기관에 따른 (지난 1년간) 소진 경험 유무
[사진출처=경북여성정책개발원]

소속기관에 따른 (지난 1년간) 소진 경험 유무 [사진출처=경북여성정책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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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종사자들이) 이러한 직·간접적 폭력 경험으로 피로감, 두통, 긴장, 불면 등 신체적 증상과 더불어 우울, 불안 등을 경험했다고 했고, 심각한 경우 자살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진 경험은 이직 의도를 높이고 서비스 질 저하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사자들의 소진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위기 상황에서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천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종사자 소진ㅜ 예방 프로그램 시스템 구축 ▲휴게시간 및 휴게공간 제공 ▲업무량 조정 및 인력 보강 ▲급여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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