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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SNS의 역습, 언론인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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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다가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디지털속담은 다시 한번 그 보편성을 자랑했다. 여야 모두 후보들이 과거 SNS에 올린 글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일부는 실제로 낙마했다. 십수 년 전 키보드를 두드려 갈긴 작은 손짓이 이토록 미래를 잔인하게 찢어발길지는 그 당시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모두가 SNS 계정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건 아니다. 여느 기술이 그렇듯 SNS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하다. 중립적이며 특히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난 1월 호주 공영방송 ABC가 자사 기자 앙투아네트 라투프(Antoinette Lattouf)를 돌연 해고한 사건은 영미권 언론계에 화제가 됐다. 발단은 앙투아네트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한 보고서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작성했다. 해고의 배경에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의 압력이 있었다’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2021년 5월에도 AP통신에서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AP가 팔레스타인 인권 운동을 벌인 전력이 있는 자사 직원을 해고했다는 것이다. AP는 해당 직원이 SNS에 어떤 글을 남겨 사규를 어겼는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AP는 직원이 공공적·정치적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내규상 금지한다. 객관성이라는 평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사안을 공평하게 보고, 믿을 수 있게 보도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에 공론장에서 한쪽 편만을 들 순 없다"는 AP 대변인의 말은 일리가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의도에 SNS 경계령이 떨어졌다. SNS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언론인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의도에 SNS 경계령이 떨어졌다. SNS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언론인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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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부 언론사도 SNS 가이드라인·윤리강령을 마련해둔 상태다. 대체로 △정치적 견해, 편향적으로 비칠 수 있는 의사 표명 주의 △개인적 견해를 사측의 의견처럼 포장하지 말 것 △취재 활동 중 얻은 정보의 비밀을 유지하고 사내에 먼저 공유할 것 △허위정보·부정확한 정보 전달에 주의 △품위 유지 등이다. 저널리즘적 관점으로도 상식에 가까운 내용이다.


문제는 기자의 SNS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이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을 위반한다는 점이다. 언론인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기대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충돌한다. 가이드라인의 기계적 적용, 검열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윤리강령, 내재된 모호성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호주 ABC 기자 해고 사태 역시 이러한 모호성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SNS를 이용하는 언론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이드라인은 보호의 목적이 있지만 권력·정치적 의도가 개입하면 위협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SNS 윤리강령 위배를 이유로 언론인이 궁지에 몰렸을 때 이를 기자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언론인이 공정성과 자율성, 직업적 소명과 개인적 신념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돕는 건 언론사의 몫이기도 하다.





김동표 콘텐츠편집2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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