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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영상 촬영의 선한 영향력…투철한 사명감 주는 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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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콘진원 대중문화예술 제작스태프 대상
'다큐멘터리 3일' 김성미 촬영감독, '추적 60분' 조연출 절치부심
'울지마 톤즈' 촬영 내내 큰 울림…'진심으로 위로' 인터뷰 비법

편집자주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대중문화예술 제작스태프 대상' 시상식을 한다. 대중문화예술산업(영화·방송·대중음악·뮤지컬) 발전에 이바지한 숨은 일꾼을 조명하고 격려한다. 촬영, 조명, 특수효과, 편집, 의상, 무대, 음향 등 분야의 기술자들이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제작을 준비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뒷마감한다. 연출가나 작가보다 제작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와 예능 프로그램을 비추는 촬영감독이 대표적 예. 올해 수상자인 김성미 감독(문체부 장관 표창)과 안계현 감독(콘진원장상)을 만나 꾸준한 노력과 인내의 소산을 들여다봤다.

대중문화예술 스태프대상에서 수상한 안계현, 김성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대중문화예술 스태프대상에서 수상한 안계현, 김성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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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 촬영감독은 다큐멘터리 현장에서 독보적 업적을 쌓아온 장인이다. 비정규직, 여성, 다큐멘터리 촬영감독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말리, 콩고, 코트디부아르, 네팔, 카타르 등 험지와 오지를 누비며 생생한 기록을 담아냈다. 대표작으로는 KBS '다큐멘터리 3일', KBS 다큐멘터리 '덴마크, 스웨덴 정치를 말하다'·'전쟁과 여성'·'5월의 아이들', KBS '희망 로드 대장정', SBS 다큐멘터리 '안녕, 나의 할머니', KBS '시사직격', KBS '시사기획 창', KBS '생로병사의 비밀', 영화 '울지마 톤즈'·'물숨'·'시소'·'부활'·'불숨','사월, 초사흘' 등이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촬영감독 길을 걷게 됐나.

"대학교에서 영상 제작을 전공하고 KBS에서 '추적 60분' 조연출로 일했다. 처음 촬영한 내용이 성매매 방지 특별법 시행에 따른 사회 현상이었다. 프로듀서가 남성이 취재하기에 예민한 사안이라 판단해 믿고 맡겼다. 그런데 촬영본을 편집하면서 연신 한숨을 쉬더라. '이어 붙일만한 컷 없어?' 프로그램을 망쳤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달려가 펑펑 울었다. 오기가 생기더라. 촬영 기법 등을 열심히 공부하고 심기일전했다. 그렇게 만회한 촬영이 욘사마를 위시한 한류 열풍이었다. 프로듀서가 '인간 삼각대'라며 칭찬했다. 다리에 힘을 주고 15초 이상 숨을 참아 얻은 별명이었다."

김성미 감독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2

김성미 감독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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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자 촬영감독은 많지 않은데.

"20년 전에는 더 그랬다. 사수였던 남자 선배가 ENG 카메라를 못 만지게 하더라. 재수 없다고.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야말로 성실함으로 감화해 또래 가운데 가장 먼저 카메라를 잡았다. 여자라서 이점도 있었다. 출산, 미용 등에 접근하기 쉽고, 여자에게 예민한 사안을 다루기도 수월했다. 정반대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제주 해녀들은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남자 촬영감독을 더 반긴다(웃음)."


-현재 육아와 촬영을 병행하는데.

"불혹에 첫 아이를 낳았다.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이다. 엄마를 많이 찾을 나이다. 출장을 갈 때마다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준다. 그 덕에 12년 넘게 '다큐멘터리 3일'을 촬영할 수 있었다. 물론 마음 한구석은 괴로웠다. 새벽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가지 말라며 우는 아이들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3일'은 촬영감독 역할이 절대적이던데.

"취재 대상을 직접 찾고 72시간 동안 동행한다. 사실상 연출까지 해낸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의 길잡이 같은 프로그램이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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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10년 전 촬영한 사람을 재회했을 때다. 여자들만 지내는 금남 아파트에서 만난 사회초년생이었다. 일찍이 헤어진 부모를 원망하고 있었다. 철저히 버림받았다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위로했다. 부모도 억장이 무너졌을 거라고 얘기해주니 펑펑 울더라. 살살 달래서 부모에게 영상 편지까지 쓰게 했다. 10년 뒤 세 아이의 엄마로 나타나 고마워하더라. 부모와 화해했다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체력적으로 힘든 촬영도 많았을 듯하다.

"신년 특집으로 태백산에서 일출을 찍었다. 꼭대기에서 사흘을 보냈다. 중턱의 조그만 절에서 방을 내줘 겨우 눈을 붙였고. 물이 없어 씻지 못했지만(웃음). 새벽 4시 즈음이면 등산객들이 정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전에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했다. 이른 기상보다 영하 30도의 체감온도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카메라 렌즈가 깨질 만큼 추웠다. 하산하자마자 목욕탕으로 달려가 몸을 녹였다."


-낯선 이를 인터뷰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카메라만 들면 용기가 샘솟는다. 대부분 한번 입을 열면 술술 말을 쏟아낸다. 지난 발자취를 차근차근 정리하는 분도 있었다. 끝까지 경청하면 하나같이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혹자는 따로 심리 상담을 배우느냐고 물어본다. 별다른 비법은 없다. 그저 인터뷰에 집중할 뿐이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하며."


-고(故) 이태석 신부를 조명한 영화 '울지마 톤즈(2010)'도 촬영했던데.

"고인의 발자취를 더듬을 생각만 했다가 큰코다쳤다. 당시 수단이 200만 명 이상 사망한 내전을 겪고 있었다.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아무리 우회해도 피할 수 없었다. 어렵게 당도한 톤즈는 새로운 세계였다. 이태석 신부를 향한 주민들의 사랑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름 석 자만 꺼내도 눈물을 쏟아냈다. 의사소통이 어려워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김성미 감독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2

김성미 감독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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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즈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사람 사는 마을인데 의식주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우리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신 공 야고보 수사의 배려 덕에 겨우 끼니를 때웠다. 이태석 신부가 지낸 숙소에서 잠도 청했고. 가장 큰 문제는 물이었다. 주민들은 오염수인 걸 알고도 마셨다. 그래서 눈이 멀거나 한센병에 걸리기 일쑤였다. 사지가 멀쩡한 이들은 소를 두고 다른 부족과 총질했다. 어린아이까지 참전하는 모습을 보며 이태석 신부가 왜 그토록 교육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열악한 실정은 지금도 그대로일 거다. TV에서 아프리카 후원 광고 영상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프다."


-그래도 그런 영상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곤 하는데.

"계속 촬영에 매달리는 이유다. '추적 60분'을 촬영할 때부터 체감했다. 많은 시청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일부는 돕고 싶다며 손도 내민다. 그게 방송의 위대함인 듯하다. 내게는 투철한 사명감을 주는 힘일 테고."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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