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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권좌로 올라선 '대만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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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독립파 라이칭더의 집권
中-대만 역사적 연원성 부정
중화주의 VS 대만민족주의 충돌 우려

전 세계 초미의 관심을 끌던 대만 총통선거가 막을 내렸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예상보다 더 높은 40%의 지지율을 받고 차기 총통직을 이어받게 되면서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대만 정치권 내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민족주의(Taiwan Nationalism)’ 지도자가 처음으로 집권하게 됐기 때문이다.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라이칭더 당선자가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라이칭더 당선자가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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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 내 주류 정치인으로서 라이칭더 당선인은 그동안 줄곧 대만과 중국의 분리와 독립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는 민진당 내 경선과정에서도 계속 "절대로 대만은 제2의 홍콩처럼 되지 않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얼핏 들으면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흡수통일 이론에 반대하며 중화민국 독립을 주창해 온 차이잉원 총통이나 중국의 정통성은 중화민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전 국민당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라이칭더를 중심으로 한 대만민족주의자들의 독립 개념은 중화민국으로서 대만의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의 독립주장은 아예 대만이 처음부터 중국과 본질적으로 다른 태평양 도서국가 중 하나이며, 대만은 중국과 역사적인 연원이 전혀 없는 나라라는 역사관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을 비롯해 이른바 중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던 대만이란 나라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일부였다. 중국의 도서지역이던 대만은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중국 국민당이 근거지를 이곳으로 옮아오면서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과 군사적으로 대결, 분단됐다는 것이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대만의 역사다.


하지만 대만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대륙의 역대 중국 정권은 대만을 직접 통치한 적이 없으며, 이들은 관리를 파견한 적도 없고 대만의 개발을 주도한 적도 없다. 17세기 명나라가 멸망한 이후 수백 년간 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자발적 이민자들이 대만섬에 옮아와 중국 역대 정권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존을 위해 마을을 만들고 살아온 땅일 뿐이다.

이들에게 대만의 역사는 중국에서 넘어온 이민자들과 대만 원주민들이 함께 만든 역사다. 중국 국민당은 국공내전 패전 이후 멋대로 대만에 들어와 대만섬을 식민지로 삼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대만섬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연원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라이칭더의 집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의 역사관은 중국 공산당은 물론,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이번 총통선거 전후 철천지 원수로 지내온 국민당에까지 공개적으로 자금지원을 한 정황이 드러난 것도 그들이 얼마나 라이칭더의 집권을 심각하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 대만 국민당은 적어도 대만과 중국의 역사적 연원을 두고 공산당과 다퉈온 적은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라이칭더 당선인이 대만민족주의를 주요 정책으로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만독립론은 더욱 크게 힘을 받을 전망이다. 대만이 미국과 중국 간 패권분쟁의 한가운데 놓인 상황에서 대만민족주의는 양안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 정세를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중화주의와 대만민족주의 간 충돌을 대비한 비상계획을 우리도 시급히 세워야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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