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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10년의 배움, 다양성과 포용성

최종수정 2019.08.14 12:00 기사입력 2019.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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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10년의 배움, 다양성과 포용성

외국계 회사에서 일한 지 최근 만 10년을 맞았다. 첫 직장이었던 언론사나 두 번째 직장이었던 정부에서 일할 때도 '이곳이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때도 그냥 거쳐 가는 징검다리일 뿐 어딘가 더 의미 있고 보람 찬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큰 부담없이 선택했던 직장인데, 어느 새 10년을 넘기게 됐다. 생각지도 않았던, 의미 있는 배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산도 변하게 만든다는 10년 세월 동안 이 회사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아마도 문화적으로 생경한 조직의 가치에 대해, 나는 다소 불편해하면서도, 호기심으로 단어의 의미를 새기고, 나름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조직의 구호에 대해서는 일상생활에 체화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생경한 어휘가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이었다.


처음 'D&I'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글로벌 회사를 훌륭하게 포장하려는 한낱 구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10년 세월 동안 다양한 인종, 국적, 신념, 종교 심지어 성적 취향까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부대끼고, 대화 나누면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다양성 외에도 많은 소중한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슴없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호주에 근무하던 미국인 여성 동료나 화려하고 복잡한 언변을 자랑하는 인도인 동료의 말 속에서 핵심을 찾아내려고 애쓰면서, 나 역시 한국인 특유의, 자칫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직설화법 대신 완곡하면서도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배양하려고 노력해왔다.


'다양성'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현실에 대한 이해라면, '포용성'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시켜 나가는 실천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때론 사소해 보이는 결정들도 동료들과 의견교환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의사결정 과정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 어디서나 공통되게 적용되는 우리 회사 내부의 독특한 집단지도체제이기도 하다. 때론 너무나 상반된 의견 속에서, 하나의 결론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해, 처음엔 비효율적 과정이라 인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내가 놓칠 수 있는 다양한 관점들을 고려하게 하고,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어 문제 해결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소수의 임원들만 이러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주제나 이슈에 따라, 직급에 관계없이, 국경을 넘어, 회의 참여자가 지정된다. 이러한 포용성의 문화 속에 직원들은 회사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용기 있게 개진하면서도 타인의 주장에 귀 기울이며, 견해 차이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터득하게 된다.


2018년부터 우리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Me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보면서, 또 하루아침에 내로라하던 기업 대표나 정치인이 성폭력의 가해자로서 자신들의 일터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화를 우리가 좀 더 일찍부터 배양해 왔더라면, 편견의 상처들이 이렇게 곳곳에서 곪아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은 리스크를 줄이자는 노력일 뿐, 우리 사회의 생각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처방이 되기에는 미흡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더 많은 노력들이 널리 퍼지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다양성과 포용성을 우선시하는 기업이 혁신에도 더 성공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송영주 한국 존슨앤드존슨 대외협력 및 정책담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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