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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천천히 함께 가는 사회, 상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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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천천히 함께 가는 사회, 상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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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를 방문하다 보면 바쁜 일상과 달리 자칫 불필요해 보이는 노동자들이 많이 눈에 띈다. 지하철역에서 통행을 돕기 위해 일일이 수신호를 하거나 차고에서 나오는 차량을 보행자에게 알리고자 제복을 입고 안내하는 분들 등등이다. 하루이틀 생소한 모습도 어느덧 익숙해진다. 필자는 지난달 게이오대를 방문할 때 서툰 일본어 탓에 철도 안내소를 찾은 경험이 있었는데 나이가 아주 지긋하신 분이 계셨고 한쪽 다리마저 절고 계셨다.


이러한 모습들이 왜 눈에 띄는 것일까? 어쩌면 이러한 비효율을 받아들일 때, 즉 누구나 원한다면 나이는 물론 장애 여부도 상관없이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여유를 공동체가 포용할 수 있을 때, 함께 하는 사회로 가는 상생의 길이 아닌가 싶다. 인구 고령화 및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앞둔 우리나라에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시장경제와 정부 주도의 지원정책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기 어렵고 악화할 소지마저 있다.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이에 따른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한다는 최저임금제마저도 1988년 처음 도입되어 35여년이 지난 지금, 사실 한 번도 장애인에게 온전히 적용된 적이 없다. 보호 고용 장애인의 경우 실제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의 20%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근로자의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될 수 있다. 효율만을 강조하는 시장경제에서 다분히 악용될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최근 국정감사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아예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마저 지키지 않아 연평균 26억원의 고용부담금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게이오대 방문에서 경제학부 마사오 오가키 교수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대학 시절 이분의 논문을 읽으며 계량경제학을 처음 공부했기에 설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은퇴를 앞둔 마사오 교수는 일본의 고령화, 저출산 및 아동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이들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공동체 구조 이론 정립에 노력하고 계셨다. 즉,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에 시장 및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사오 교수는 일례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2004년 허리케인 찰리의 피해를 본 후 당시 2달러짜리 얼음 주머니를 10달러에 팔았고, 지역의 한 모텔은 연로한 남편과 장애가 있는 자녀와 함께 대피한 77세 노인에게 평상시 40달러인 방을 260달러를 청구한 사례를 들었다. 매정하기는 하지만 희소성에 대한 고가의 시장청산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용한 경우다. 반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반쯤 비어 있는 점포들마저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이들 가게 앞에서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가지런히 줄을 서서 영어권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침착한 모습과 공동체 의식에 놀라워했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처한 사회 문제에 이러한 예시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바로 천천히 가는 상생의 길이다. 우리에겐 과거 많은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간 성공적인 공동체 경험이 있다. 이제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주요 사회 문제 해결안으로 구체화하는 현안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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