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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영국 맥주야…근데 왜 안 취하지" 도수 몰래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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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덜 내기 위한 '꼼수' 논란

영국 맥주 회사들이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맥주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업체들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은 유명 맥주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알코올 도수(ABV)를 낮춰 왔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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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영국에서 인기가 많은 포스터(Foster’s)는 4%에서 3.7%로, 올드 스페클드 헨(Old Speckled Hen)은 5%에서 4.8%로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지난 1698년에 세워져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인 셰퍼드 님(Shepherd Neame)도 지난 3월부터 병맥주 스핏파이어(Spitfire)의 알코올 도수를 4.5%에서 4.2%로, 에일맥주 비숍스핑거(Bishops Finger)는 5.4%에서 5.2%로 낮췄다고 최근에야 밝혔다.

"주세 정책 변경 대비한 '세금 낮추기' 꼼수"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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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는 오는 8월부터 바뀌는 영국 주세 정책에 대비해 양조업계가 세금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까지 영국 조세 당국은 같은 용량의 술이라도 알코올 도수를 3단계로 구분해 도수가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물리는 방식으로 차등 부과했다.

하지만 새로운 주세 규정은 알코올 도수별 세금 부과 방침을 더욱 강화했다. 이에 맥주 회사들이 세금 부담을 피해 가기 위해 맥주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비숍스핑거의 경우 기존의 5.4%의 도수를 유지하면 500mL 맥주 한병당 52펜스(약 740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5.2%로 낮추면 50펜스(약 715원)만 내면 되어, 병당 약 25원을 절감할 수 있다.


매체는 또 영국 셰필드 대학 콜린 앵거스 연구원의 인터뷰를 인용해 "모든 양조장이 알코올을 0.3%만 줄여도 약 2억5000만파운드(약 4100억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병이나 한 캔 단위로 보면 큰 금액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맥주 소비량이 워낙 큰 규모라 합쳐서 보면 절세 규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맥주 업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양조업체 상당한 어려움"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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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업체들이 세금을 줄여 원가 부담은 낮춰 놓고도 맥주 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정작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를 빗대 '드링크플레이션(drink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기업들이 상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크기나 용량 등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일종으로 그 제품이 주류일 때 쓰는 표현이다.


반면 맥주회사들은 생산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들어 해명했다.


에마 맥클라킨 영국맥주펍협회(BBPA) 최고경영자(CEO)는 CNN과 인터뷰에서 “영국의 인플레 상황이 다소 진정되고는 있으나 공급망 전반에 걸친 가격 인상 추세가 여전해 양조업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맥주 생산업체들은 맥주 가격이 오르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방법으로 알코올 도수 조정이라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기준으로 8.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문을 닫는 양조장도 속출했다. 영국 유명 맥주 업체인 비어 누보(Beer Nouveau)에 따르면 2022년 영국에서 80개 이상의 양조장이 파산했고 이는 연간 기준으로 볼 때 사상 최고치로 알려졌다.


CNN은 “(영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12일 10%를 돌파해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던 상황에 비하면 나아졌으나, 영국이 역대급 인플레 국면에서 빠져나온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국의 고물가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드 스페클드 헨을 만드는 그린 킹(Greene King)은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며 “원자재 포장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등 생산 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사실상 세금을 포함한 원가를 낮추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셰퍼드 님은 "소비자들이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점점 알코올 함량이 낮은 음료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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