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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男女결혼가정 빼면 그 여집합 자체가 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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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팟캐스트 비혼세가 말하는 '비혼'
'비혼인도 기혼인만큼 잘 산다' 보여주려 기획
"조카들에게 '좋은 어른의 샘플'로 남고싶다"

편집자주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비혼시대]"男女결혼가정 빼면 그 여집합 자체가 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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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엔 온통 짜장면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오니까 나는 짬뽕 연대를 조직해 진지하게 한번 떠들어 젖혀보겠어. (책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中).


모두가 짜장면 얘기만 하는 세상에서 짬뽕인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차린 '짬뽕 방송'. 누적 조회 수 1700만 이상, 애플 팟캐스트가 선정한 '2022년 우리가 사랑한 프로그램'에 빛나는 오디오 방송 '비혼세'(비혼의 세상)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비혼 가시화 방송' 비혼세의 제작자 겸 진행자인 곽민지 작가를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방촌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방촌 비혼세'라는 닉네임으로 비혼세를 진행하는 그는 책 '걸어서 환장 속으로'(2019), '난 슬플 땐 봉춤을 춰'(2019),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2021)를 펴내기도 했다.


오디오 방송 '비혼세'의 제작자 겸 진행자 곽민지 작가.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오디오 방송 '비혼세'의 제작자 겸 진행자 곽민지 작가.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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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그러니까 비혼에 진심이란 말을 하고 싶었을 뿐 인생 전체가 비혼 그 자체인 것은 아니었는데, 누군가는 비혼인과 비혼세를 가부장제, 결혼제도에 맞서는 '투사'로 해석하곤 했다. 최저 출생률 시대에 비혼이란 탈을 쓰니 언뜻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비혼세는 어디까지나 '일상 팟캐스트'다.


그렇다 보니 방송 주제를 선정하는 기준도 '이야기하기 편한 것' 혹은 '궁금한 것'이다. 대본 없이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편하게 진행된다. 비혼과 기혼을 저울에 올려두고 뭐가 더 낫다를 논하려는 게 아니라 세상엔 다양한 비혼자가 있고, 그들이 기혼자들만큼이나 잘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저희 팟캐스트에 엄청 많은 의미를 부여해주시곤 하는데, 그건 청취자분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요."
곽민지 작가가 자신의 책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를 읽고 있다.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곽민지 작가가 자신의 책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를 읽고 있다. 사진=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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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세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곽 작가의 생각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비혼 라이프에 대해 공유하고자 시작한 방송인데, 각자 삶의 형태가 다 다르다 보니 비혼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한 덩어리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곽 작가는 비혼이라는 단어가 '결혼한 사람 외 모든 사람을 통칭하는 여집합'이 되길 바란다.


"저는 서울에 거주하는 이성애 비혼주의자인데, 청취자분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서울 바깥의 지역에 사시는 분들도 있고 성적 지향도 다양해요. 그러니까 사회에서 '정상 가족'이라고 여겨지는 남성-여성 결혼 가정을 빼면 그 여집합 자체가 비혼인 거죠. 결혼을 고민하는 사람도 비혼 안에 있는 미혼 카테고리에 속한단 생각이 들어요."


자연스럽게 일상을 나누다 보니 여성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다뤄진다. 식욕이나 성욕은 사회에선 종종 터부시되는 주제지만 비혼세 방송에선 모두가 공감하는 대화 소재가 된다. 곽 작가는 "저희에겐 이런 이야기가 우리 어머니들 세대에선 '오늘 얼갈이 무가 좋은 게 들어왔네' 이런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비혼과 결혼은 갈등 구도일까?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비혼세 세계관에선 틀린 말이다. 'All the single ladies! All the single people!'을 외치는 비혼세지만 결혼 여부만으론 존재를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게스트가 출연한다.


미국에선 유부녀지만 우리나라 서류상으론 비혼인 유부 레즈비언 '혜영언니'(방송상 닉네임)는 배우자와의 첫 만남을 털어놓고, 자칭 '기혼 출신 비혼'이라는 '준언니'(방송상 닉네임)는 "떡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며 결혼식과 비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또 곽 작가는 '나 비혼세 게스트로 나오다가 결혼하면 어떻게 돼?'라고 묻는 '캥언니'(방송상 닉네임)에게 "비혼세 이름으로 '그는 좋은 게스트였습니다' 화환을 보내주고 방송에 출연시켜 놀려먹겠다"고 유쾌하게 받아친다.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비혼세의 최근 오디오 방송 목록. [이미지출처=팟빵 캡처]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비혼세의 최근 오디오 방송 목록. [이미지출처=팟빵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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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세는 결혼하지 않는 삶보다는 모두가 자유로울 권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낮과 밤이 달라도 서로 즐겁게 지내길, 결혼 여부나 출산 의사에 따라 공격받지 않길, 이혼 여부에 따라 구속받지 않길 바라요. 비혼세는 모두가 자유롭게 존중받을 수 있는 퍼즐 중의 하나인 거죠."

청취자층도 다양하다. 같은 기·비혼이라도 연령대와 성별, 거주 지역, 자녀 유무 등 삶의 형태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비혼세에서 모인다. 곽 작가는 "청취자분들 중에 딸 셋을 키우는 유자녀 비혼인 분이 계세요. 그분은 '아이들을 낳은 것은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만약 과거에 비혼으로도 자기답게 살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그런 삶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딸들한테도 선택권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듣는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전했다.


"비혼을 삶의 정답이라고 여겨서가 아니라 여행 프로그램을 보듯 단순한 호기심, 대리만족 또는 '쟤네 되게 재밌게 산다'하는 느낌으로 듣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마음이 맞는 청취자들끼리 모여 또 다른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비건세'(비혼세를 듣는 비건들의 세상)를 비롯해 독서 모임, 영화모임, 글쓰기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생겨났다. 비혼세가 비혼인들 간의 모임을 주선하는 매파가 된 셈이다.


비혼세는 지난 1월 7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아트홀에서 공개방송을 열어 청취자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진송 작가, 곽민지 작가, 캥언니(방송상 닉네임). [이미지제공=곽 작가]

비혼세는 지난 1월 7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아트홀에서 공개방송을 열어 청취자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진송 작가, 곽민지 작가, 캥언니(방송상 닉네임). [이미지제공=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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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7일 비혼세의 진행자 곽민지 작가(왼쪽)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아트홀에서 공개방송을 열고 청취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제공=곽 작가]

지난 1월 7일 비혼세의 진행자 곽민지 작가(왼쪽)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아트홀에서 공개방송을 열고 청취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제공=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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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어떤 분야나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함)과 트위터를 하는 할머니로 늙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 계속 발견하는, 늘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 할머니요."

'어떤 할머니로 늙고 싶냐'고 묻자 다소 '힙'(최신 유행에 밝고 감각 있음, 멋짐을 뜻하는 신조어)한 대답이 돌아왔다. 곽 작가는 배구선수 김희진과 작사가 김이나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힙한 할머니가 된 자신의 곁에 나이를 가리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과 사랑하는 조카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곽 작가와 친구들은 셰어하우스처럼 모여 함께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랑하는 조카 둘의 탄생은 곽 작가의 삶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는 모든 비혼인은 아이를 싫어할 것이란 편견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혹자는 '조카가 그렇게 예쁘면 너도 낳아'하고 훈수를 둘 정도였지만, 곽 작가가 조카를 사랑하는 방법은 출산이 아니라 '좋은 어른의 샘플'이 되는 것이었다. 결혼하지 않는, 출산하지 않는 여성의 샘플로 남아주는 것 역시 사회적 공동 육아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서다. 비혼과 비출산이란 선택지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선택지로 고려될 수도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게 된 것도, 타인의 다양한 식생활을 존중하게 된 것도 조카들이 태어난 이후부터다. 곽 작가는 조카들이 어른이 된 세상은 지금과는 조금 달라질 거라 믿는다.


그래서 비혼세는 오늘도 외친다. 결혼을 당연한 사랑의 종착역이라고 여기는 사회를 향해 이렇게….


"더불어, 혼자 사세요!"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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