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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못바꾸는건 프로야구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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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혼도 하는데…비혼 후 결혼도 자유의사
유명인, 가짜 비혼주의자 비판 정당할까
"비혼 선택과 결정은 변할 수 있는 문제"

편집자주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비혼시대]못바꾸는건 프로야구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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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여신'으로 인기를 끌었던 방송인 최희씨는 비혼 선언을 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비혼 선언 6개월 이후 그의 임신과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가짜 비혼주의자'로 몰렸다. 자기 결정을 너무 손쉽게 뒤바꿨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비혼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일종의 신념일까. 이름도, 국적도, 성별도 자기 의지에 따라 바꾸는 세상이다. 한번 결정하면 바꿀 수 없는(바꾸기 어려운) 것은 프로야구팀밖에 없다는 얘기는 곱씹어볼 만하다. 이른바 골수 야구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한 번 정하면 평생을 그 팀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20~30년은 우승과 담을 쌓고 살아도 미우나 고우나 그 팀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신세. 그래서 특정 팀의 야구팬을 짠하게 여기는 시선이 존재한다. 누가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야구팀은 자기 인생과 한 몸이 돼서 평생 그렇게 인연을 이어간다. 하지만 비혼은, 비혼선언은, 비혼에 관한 호감은 불변의 대상이 아니다.


2020 시즌 프로야구 개막일인 5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두산과 LG의 개막전에서 텅빈 야외 관중석에 팬들의 응원 현수막으로 채워져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020 시즌 프로야구 개막일인 5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두산과 LG의 개막전에서 텅빈 야외 관중석에 팬들의 응원 현수막으로 채워져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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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이성의 감정 변화를 누군가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타인의 마음 변화를 누가 어떻게 제어할 수 있겠는가. 다른 이의 생각은 자기의 인식과 같을 수 없다.


비혼을 바라보는 생각의 차이. 오해와 편견 그리고 갈등도 그곳으로부터 시작된다. 비혼은 결혼을 안 한 상태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혼과 비교한다면 비혼은 결혼제도에 관한 주체적인 인식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맥락에서 비혼주의자 선언도 비혼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실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비혼주의는 독신주의와도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신념에 가까운 건 독신주의다. 독신주의는 연애와 결혼, 동거처럼 '누군가와 동반하는 삶' 자체를 포기하거나 거부한다. 연애하는 비혼주의자와는 구분되는 부분이다. 비혼이 독신보다는 결혼관에 대해 유동적인 상태인 셈이다.


부산의 한 무역회사에 재직 중인 한모씨(39)는 "최희씨가 충분히 이해된다"며 자기도 비혼주의에서 결혼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집안의 경제 사정과 성격, 가치관 등의 이유로 비혼으로 살다 2019년 서른 중반이 넘어 결혼했다"고 말했다.


방송인 최희

방송인 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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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0살이 넘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을 했는데, 내가 대학교 때만 해도 30살이면 노처녀라는 소리를 듣곤 했지만 조급함이 생기지 않더라"라며 "자연히 '나는 비혼주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당시에는 비혼주의라는 개념이 없어서 독신주의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씨는 자기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면서 결혼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는 걸 자주 보면서 가치관에도 일정한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면서 "그러다 한번 연애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우연히 소개받게 됐는데 남편 쪽에서 결혼을 원했다"고 말했다.


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연애 후 한씨는 결혼에 성공했다.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보내다 지난해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얻었다. 그는 "요즘은 자식 보는 맛에 산다"며 "여건이 되면 둘째도 낳고 싶다"고 전했다.


연애와 비혼,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쥔 사례도 있다. 비혼주의자인 직장인 이수민씨(25)는 6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3년 넘게 연애 중이다. 그의 남자친구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만큼 이따금 둘의 대화에는 결혼이 화두가 된다. 그때마다 이씨는 "결혼은 없다"며 완고한 주장을 내세운다.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질까 봐 남자친구는 말을 아낀다.


MBC 드라마 '생동성 연애' [사진제공=MBC]

MBC 드라마 '생동성 연애'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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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싸우는 것을 자주 봤는데, 그런 게 비혼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돈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을 보면서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는 정말 착하고, 나에게 다 맞춰주는 편"이라면서도 "부모님 갈등을 오래 목격한 탓에 결혼 후에는 다정했던 모습이 혹여나 바뀔까 봐 걱정되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비혼·독신은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싱글'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본인의 형편이나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가변적 결정이라는 얘기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독신과 비혼은 30년 전 서양에서부터 했던 것들"이라며 "우리 사회가 고령화·저출산 사회가 되면서 이런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더 빨리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사람 속내를 알기 어렵다. 또 성적 취향이 변하듯 비혼 선택과 결정은 항상 변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혼 선언은 '지금 나의 상태'를 설명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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