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억원 유족에게"…코비 시신 사진 돌려본 대가

美구조당국 직원들, 사고사진 불법 공유
아내 "사생활 침해·정신적 피해 심각해"

미국 지역 구조 당국 직원들이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고사 당시 사진을 돌려 본 사건과 관련해 당국이 유족에게 거액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고인의 아내인 버네사 브라이언트가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 2885만 달러(약 379억원)에 합의에 도달했다.

2020년 1월 26일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 [사진출처=AP·연합뉴스]

버네사는 2020년 1월 26일 남편 코비와 13살이던 둘째 딸 지아나가 LA 근처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진 뒤 시신 사진이 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미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런 주장을 인정해 LA 카운티가 버네사에게 1600만 달러(약 21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공유된 사진들에는 헬기 잔해뿐 아니라 사망자들의 모습을 근접 촬영한 것도 포함돼 있었다.

시신 사진을 돌려본 이들은 주로 LA 카운티 경찰서, 소방서 직원이었으며 열람한 직원들이 모두 이 사건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것도 아니었다.

LA 카운티의 변호인 미라 해시멀은 "2885만 달러의 합의는 지난해 8월 연방 배심원단의 평결을 포함하며, 이에 더해 주 법원에 계류 중인 법적 청구와 향후 브라이언트 자녀들에 의한 청구, 양쪽 변호인 비용 등 모든 남아 있는 문제들도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고기에 함께 탑승한 아내 세라와 13세 딸을 잃은 크리스토퍼 체스터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1500만 달러(약 197억원) 배상 평결이 났는데, 그는 이후 추가로 495만달러(약 65억원)를 받는 데 LA 카운티와 합의했다.

작년 8월 코비 브라이언트의 부인 버네사 브라이언트가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버네사 브라이언트의 변호인 루이스 리는 "버네사는 남편과 딸, 그리고 비슷하게 존중받지 못한 지역 사회의 모든 유족을 위해 싸웠다"라며 "그의 승리와 이번 합의가 이런 관행을 끝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불의의 사고로 숨진 코비 브라이언트는 20년간 LA 레이커스에서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시즌 득점왕, 정규리그 MVP, 플레이오프 MVP, 올스타 MVP 등을 수상하며 활약했다. 은퇴 뒤에는 그간 활약상을 인정받아 NBA의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비의 피를 물려받은 둘째 딸 지아나 브라이언트 역시 유스 농구선수로 활약했고, 이들 부녀는 2020년 1월 26일 또 다른 유스 농구선수들과 그의 가족 등 총 9명과 전용 헬기에 탑승해 타지역 농구 경기를 보러 가던 중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브라이언트 부녀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추모 메시지를 전했으며 농구계를 비롯한 스포츠계엔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