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업어치기' 뱅크시 벽화, 우크라이나 우표 됐다

24일 전쟁 1년 기념우표로 발행
모스크바함 격침·크림대교 폭발 때도 우표 나와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우크라이나 전쟁 폐허에 남긴 벽화가 우크라이나에서 우표로 발행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 1년이 된 지난 24일 뱅크시의 작품을 담은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이 된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뱅크시의 '푸틴 업어치기' 벽화로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사진출처=AFP 연합뉴스]

벽화 원작은 앞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벽화 사진 3장과 함께 '보로디안카, 우크라이나'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보로디안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같은해 2월 전쟁 초기에 러시아의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인스타그램 사진 속 벽화는 파괴된 건물의 잔해에 손을 짚고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균형을 잡고 있는 체조선수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는 뱅크시가 그린 또 다른 벽화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에 기념 우표로 제작된 벽화의 원본이기도 한 벽화에는 유도복을 입은 체구가 작은 소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닮은 거구의 남성을 업어치기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뱅크시는 수도 키이우의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에 시소를 타고 있는 어린 소년과 소녀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유도 유단자인 푸틴 대통령은 유도 관련 책을 낼 정도로 열렬한 유도 팬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뱅크시 벽화 속 남성은 '푸틴'이라는 것이 기정 사실이 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앙우체국에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의 모습.[사진출처=AFP 연합뉴스]

기념 우표 왼쪽 하단에는 '푸틴 꺼져라'는 의미의 우크라이나어 약자가 새겨졌다. 이 우표가 나온 지난 24일, 키이우의 중앙 우체국에는 우표를 사러 온 시민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전쟁 상황과 관련한 기념우표를 여러 차례 발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격침된 후 기념우표를 낸 적이 있으며, 7개월 후인 같은해 11월에는 크림대교 폭발 사고를 기념해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우표는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차용해 양팔을 옆으로 편 여성을 뒤에서 안고 있는 남성의 모습을 담았지만, 그 배경은 검은 연기와 무너져 가는 다리를 그려 러시아를 조롱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