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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다" 닭발 찬양 나선 이집트 정부…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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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인플레로 육류 소비 계속 감소
양계장 사장 "닭은 이제 부자의 전유물"

"몸에 좋다" 닭발 찬양 나선 이집트 정부…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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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에서 정부가 앞장서 닭발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9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이집트 국립영양연구소(National Nutrition Institute)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닭발에 대해 "몸에도, 예산에도 좋다(Good for the body and the budget)"고 찬양했다. 원래 닭발은 이집트인들이 즐겨 먹는 부위가 아니다. 그러나 나날이 물가가 치솟다 보니 서민들은 이제 닭고기마저도 마음 편히 사 먹을 수 없게 돼 '울며 겨자 먹기'로 닭발이라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카이로 상공회의소의 육류 책임자인 모하메드 와바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난달 전국 육류 판매가 약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수도 카이로의 정육점 주인들은 수요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카이로 중심부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아흐메드 쿠트브는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곧 양계장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닭은 이제 부자들의 전유물"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질이 낮더라도 저렴한 고기를 구입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닭발 소비 캠페인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고등학교 체육 교사인 마흐무드 이브라힘(55)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에 대해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정부가 사람들에게 닭발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위기관리에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준다"며 "신이여 도와주소서. 이 나라에는 존엄한 삶이 없습니다"라고 절규했다. 절약을 위해 자가용을 운전하는 대신 미니버스를 타고 출근한다는 이브라힘은 최근 자신의 4인 가족이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달걀 10개, 화이트 치즈 한 덩어리와 닭고기 0.5㎏을 샀다.


지난주 열린 국회에서도 의원들은 이집트 정부가 쌀과 식용유와 같이 공급국이 보조금을 받는 상품의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린다고 비난하면서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닭발 논쟁'은 이어졌는데, 카림 알 사다트 의원은 "사람들에게 닭발을 먹게 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리 모셀리 공급부 장관은 "당국이 암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쌀을 비축하는 상인들을 이미 단속했다"며 주요 식품 가격 책정에 대한 추가 개입 요구를 묵살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결코 1960년대의 사회주의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밝혔다.


지난해 이집트파운드는 미국 달러 대비 36.5%나 하락했다. 이에 이집트파운드는 스리랑카 루피와 아르헨티나 페소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낙폭이 큰 최악의 통화가 되고 말았다. 이집트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1월 거의 19%에 이르렀고, 경제학자들은 오는 3월까지 물가가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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