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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근거' 요구하기 시작한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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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봉쇄의 근거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하거나, 격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곳곳에 게재되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등 현지 SNS)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봉쇄의 근거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하거나, 격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곳곳에 게재되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등 현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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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12시부로 저위험지역으로 전환, 봉쇄를 해제합니다."


중국 베이징 내 거주지에서 확진자가 연달아 나오는 바람에 11일 간 이어졌던 아파트 봉쇄가 종료됐다. 집 근처 호수를 한바퀴 돌고 먹을 음식을 직접 고르는 것으로 잠깐의 해방을 맛봤지만, 자유는 거기까지. 지금 베이징 시내에는 대부분의 식당과 대형 쇼핑몰, 관광지 등이 모두 문을 닫아 갈 곳이 없다. 예정됐던 약속과 취재일정은 전부 기약 없이 취소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6일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9506명(무증상 3만5858명 포함)으로 역대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4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이달 23일 다시 쓴 이후 나흘째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광둥성 9091명, 충칭시 8861명, 베이징시 4307명, 쓰촨성 1629명, 허베이성 1624명, 산시성 1230명 등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서 '봉쇄'를 의미하는 고위험지역은 같은날 기준 2053곳에 달한다. 건물 2000여곳이 문을 닫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파트에서는 한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봉쇄가 결정된다. 아파트 단지 전체의 문을 닫던 과거보다는 완화된거라지만, 여전히 근접한 곳에서 같은 배관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윗집 아랫집 이웃들이 격리소로 가야한다. 몇개층까지를 격리소로 보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준이 알려진 바 없다.


순식간에 유령도시가 돼 버린 베이징에서는 자신의 거주지가 봉쇄가 되든 말든, 정상적 생활은 이미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경제를 살리겠다며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춘다거나, 대출을 더 적극 실행하라는 당국의 정책판단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누가봐도 합리적이지 않은 비정상적 봉쇄에 중국인들 역시도 점차 분노하는 분위기다. 26일에는 중국 내 구(區) 아래의 행정주체인 주민위원회(셔취·社區)가 베이징 왕징의 한 아파트에 대한 봉쇄를 결정하자, 주민들이 집밖에서 이를 거부하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이 어떤 권리와 근거로 단지를 봉쇄하는지 따지자 셔취는 공안을 불렀다. 공안은 셔취가 봉쇄를 결정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작은 시위는 주민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유사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은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경찰'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방호복에 부착한 따바이(大白·방역요원)들로부터 집중격리실 이동을 지시받은 한 중국인은 이들에게 '이름과 소속을 대고 봉쇄의 이유를 적시한 증명서류를 가지고오라'고 항의한다. "18층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나는 20층에 살고, 며칠 내내 핵산검사 음성이 나왔다"면서 "왜 내가 격리돼야 하며, 당신이 누구인지,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 지 모두 모르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는 이 중국 남성의 외침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그 외에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줄 옆으로 장총으로 무장한 따바이가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모습을 고발하는 영상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 임시 컨테이너 격리소를 촬영한 모습도 적잖이 게재된다. 지난 24일 10명이 사망한 신장 위구르 우루무치 화재사고 역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문제를 느끼는 데 대한 발화와 적극적인 항의, 그에 따른 교정을 경험한 중국인들은 이제 또 어떤 비합리에 대해 '근거'를 요구하게될까. 분명한 것은 이 근거에 대해 중국 사회와 관계당국이 성실하게 고찰할 수록,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맞닥뜨린 위기가 더 빠르게 해결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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