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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 읽는 K정치] SNS정치의 ‘쉬운 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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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쉬운 선명함’은 ‘복잡한 옳음’을 이기나

편집자주웅변술의 대가인 정치인들은 말에서 ‘은유’를 많이 사용합니다. 시인이나 능변가 못지 않는 화려한 수사법을 발휘해 말로 정치를 합니다. 그런 정치인들이 쓰는 수사학들을 단초로 ‘살아있는 생물’로 비유되는 현실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맥을 짚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K정치의 속살과 민낯을 밝히는 연재를 할 계획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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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48인 찬성 197인 반대 16인 기권3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48인 찬성 197인 반대 16인 기권3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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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선명하면 쉽죠. 옳은 건 복잡해요. 문제는 ‘복잡한 옳음’이 ‘쉬운 선명함’에 늘 진다는 거죠.”


민주당 한 국회의원, 기자들과의 점심자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색 정치가 현실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토로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상대 진영을 저격, 공세, 직격하는 글을 올리는 형태. 이런 정치가 주류가 되면서, 정치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정치가 풀어야 하는 의제들은 복잡합니다.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비롯해 민생·경제 회복까지 어렵습니다. 가치의 경합 속에서 한정된 자원을 분배해야 합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해관계는 첨예합니다. 다차원 방정식 풀이 같습니다. 그런데 SNS정치가 득세하면서, ‘복잡한 이슈를 옳게 풀어가는 방식’의 정치가 아니라 ‘쉬운 선명함’만이 부각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비판은 이준석 당 대표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많이 받았습니다. SNS 메시지를 통해 특정 정치인, 당 전체에 대한 비판을 자주 쏟아냈기 때문이죠. 정치인들끼리 직접 만나 조율하고 타협하고 합의해 중간을 찾는 방식의 ‘면대면 정치’보다는 말로 공격하는 방식의 ‘SNS 정치’를 주로 구사했다는 겁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청년 정치인의 특성상 세력도 원내 지지 기반도 약해서 SNS를 스피커 삼아 목소리와 존재감을 키울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SNS정치에 대해선 다양한 이견과 평가들이 있습니다. ‘댓글이 민심이냐’부터가 논쟁꺼립니다. 한 민주당 인사가 SNS 댓글을 일컬어 ‘민심 표면의 파도일 뿐’이라고 은유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됐습니다. 표면의 파도기 때문에 저류의 깊은 민심은 못 읽는다는 겁니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반대입니다. 이 후보가 ‘SNS의 댓글들을 보며 민심을 읽는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재명 더불더민주당 대표 후보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재명 더불더민주당 대표 후보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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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래 국회 교육위 소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한 '유치원 3법'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조승래 국회 교육위 소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한 '유치원 3법'을 논의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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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SNS정치가 형식 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바꾸고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 한 보좌진은 상임위 법안소위에 할 발언을 제대로 준비해가는 의원들이 드물다고 했습니다. 소위는 비공개인데다 의사록도 나중에 올라옵니다. 기사화도 잘 안됩니다. 반면 SNS에 올리는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운’ 글은 보도가 쉽게 됩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보다, 열성적 지지자들의 눈에 띌수 있는 SNS글을 더 신경써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한 비대위원은 정치인들이 SNS정치에만 골몰하면서, 맨투맨의 조율, 합의, 대화의 정신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당내에서 설득을 거치면 금방 풀릴 문제를 SNS에 저격글을 올리는 형태로 하다보니 ‘현장정치’가 실종됐다는 겁니다.


이런 경향성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심화될 것 같기도 합니다. 당원들의 표를 많이 얻고, 당내의 공천경쟁을 위해서라도 정치인들은 SNS를 통해 ‘급진파’ 혹은 ‘당파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물론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저 역시 정치부 기자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언론이 SNS를 받아쓰는 방식의 ‘따옴표 저널리즘’, ‘말싸움 실황중계’, ‘막말 받아쓰기’, ‘입씨름 중심 보도’, ‘권력투쟁 편중 보도’를 하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심화시키는 게 분명합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정치’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자는 정치를 ‘옳고 그름이 명백하지 않는 다양한 가치 사이에서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서 미완성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쉬운 선명함이 아닌 복잡한 옳음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정치라면요.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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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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