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론]SK㈜의 공정위 상대 행정소송은 공익소송이 된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G실트론을 인수한 SK㈜가 그 특수관계인인 최태원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LG실트론 주식 70.6%는 SK가 취득했고, 잔여주식 29.4%를 최 회장이 취득했는데, 공정위는 SK와 최 회장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SK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알 수 없으나, 공정위 판단을 수용하거나 타협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 위반자에겐 과징금, 시정조치 외에 형사제재(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규정의 법적 성질은 행정법규인 동시에 형사법규다. 형사법규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고,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에 정확하게 맞아야 유죄가 인정된다. 형사법은 요건을 넣으면 결과가 나오는 공식과 같다. 문리(文理)대로라면 'SK'가 최 회장에게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최 회장은 SK가 아닌 '채권단'으로부터, 제공이 아닌 (지분) '취득'을 했다. 이처럼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는 사건은 유죄로 판단될 수 없다. 이 사건 공정위의 유죄 판단은 '이형령 비현령'식 해석이 아니라, 법규를 무시하고 법규를 떠난 '창조적 해석' 수준이다.


공정위 보도자료를 보면 공정위는 최 회장의 지분인수에 대해 SK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을 탓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채권단 등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과연 이사회 결의사항인가는 다툼의 소지가 크다. 예리한 변호사들은 아마도 '이사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률의견을 냈을 것이다. 이사회는 대주주가 회사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감시하는 기구가 아니다. 대주주의 회사 밖 행동 감시가 이사회의 의무 중 하나라면 그 의무를 위반한 이사들은 무슨 처벌을 받아야 하나? 한국 모든 기업 이사들은 긴장해야 할 일이다.


공정위는 SK가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왜 100%가 아닌 70.6%만 인수했냐면서, 이는 '사업기회를 포기해 제공객체(최 회장)가 이를 이용토록'한,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 제공행위'라고 판단했다. ‘소극적 방식’, 즉 부작위에 의한 범죄 성립 인정 역시 형사법에서는 금기시되는 매우 창의적 해석이다.

이번에 과징금 처분을 수용하면 유사 사안에 대해 형사처벌 받는 날이 머지않아 반드시 닥쳐온다. 해외업체의 지분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고려한다면 회사의 100% 인수가 곤란한 경우 대대주의 지분참여는 회사에 큰 힘이 된다. 이를 막는 것은 또 하나 불필요한 갈라파고스 규제가 된다. 이사의 의무와 책임범위 확정을 위해서도 이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 문제는 따라서 SK㈜ 1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이때 공정위 상대 소송은 한국 기업들을 위한 공익소송이 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