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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에 고개 든 '직장갑질'…괴롭힘금지법 시행 2년에도 여전한 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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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4개월차가 된 직장인 고혜민씨(35·가명)는 지난주 위드코로나 이후 1년만의 회식에 참여했다. 임산부라 회식에 불참할 수도 있었지만 ‘간만의 회식에 얼굴이라도 비추라’는 A상사의 부름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열린 회식 자리는 유쾌하지 않았다. 술 잔이 연거푸 돌고 난 뒤 얼큰히 취한 A상사의 한마디 탓이었다. A상사는 "만삭 아니면 소주 한 두 잔은 된다"며 술 잔을 들이밀었다. 표정을 숨기기 힘들었던 고씨는 "그건 아니죠"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강호민씨(38·가명)는 최근 회사 대표의 모친상 빈소를 밤새 지켜야 했다. 코로나19가 확산 될 때라면 빈소 방문 자체도 힘들었지만 위드코로나 이후 빈소를 찾는 손님도 많아져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강씨는 "알아서 기는 문화는 결국에 말단 사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며 "이런 구태는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위드코로나로 ‘직장 갑질’도 돌아왔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던 기업들의 업무 방식이 위드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근무로 전환되면서 불합리한 업무 관행이나 괴롭힘 등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근로자 10명 중 4명(38%)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7명은 퇴사, 이직 등을 생각했다. 연구원은 "현재 그리고 과거 직장에서의 피해 경험자 각각의 고용변동 비율은 약 70%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고용변동 가능성은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발생한 이후 사업장 조치 여부를 보면 10곳 중 4~5곳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업장 차원에서 주로 취한 조치는 피해자에 대한 ‘행위자의 사과’ 정도가 가장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일명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시행된지 2년을 넘어섰지만 마땅한 처벌이나 제재 수단이 없다. 더욱이 소규모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현장 근로자들이 ‘악습’에 노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5인미만 등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특수 고용근로자 등 국내 근로자 1000만명이 직장 내 괴롭힘법에 적용이 안되고 있는 것이 실정"이라며 "정부가 당장 법을 고치지 못하더라도 노동청 등에서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라도 사각지대를 없애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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