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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정치9단도 하기 어렵다는 '잘 지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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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인 4월21일, 성남 실내체육관에서는 경기도 지역 경선 결과가 발표됐다. 광주 경선을 기점으로 대세 몰이를 이어간 노무현 후보와 ‘경선 지킴이’를 자처하던 정동영 후보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것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산다는 경기도 경선 결과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당연히 노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 후보는 경기도에서 1426표(54.5%)를 얻으며 1191표를 얻는 데 그친 노 후보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노 후보의 지지 기반이 수도권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결과다. 경선 파행의 위기에서 ‘선당후사’를 실천한 정 후보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예상 밖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정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잘 지는 선거’의 교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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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는 2002년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정치적 소득을 남겼다. 참여정부 시절 여당 최대 주주의 입지를 굳혔고,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2007년 대선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있었다. 2007년 8월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한국 정치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한나라당 경선 결과가 공개됐다. 당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대통령 당선 유력’이라는 등식이 형성되던 시절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것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만 당원, 대의원, 국민 등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누가 1위를 차지했는지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6만4216표(49.06%)를 얻었다. 박근혜 후보는 6만4648표(49.39%)를 얻었다.


여론조사를 제외한 실제 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앞선 셈이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에서 우위를 보이며 최종 승자가 됐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아쉬운 상황이지만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박 후보의 승복 장면은 유권자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국민에게 부채의식을 안겨줬기 때문일까. 정치인 박근혜는 2012년 대선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혔다.


이른바 정치 9단으로 불리는 거물 정치인들도 자신이 경선에 참여했을 때 ‘잘 지는 선거’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경선 레이스에서 앞만 보며 달려가다 보면 뒤를 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될 경우 경선에서 본인의 역량조차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야 대선주자 가운데 본인의 정치적 역량을 100% 보여주지 못하는 이가 여러 명 있다. 이대로 경선이 마무리되면 본인에게도, 한국사회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 지도자로서 갈고닦았던 실력을 왜 경선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경선 과정을 되짚어본다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한 본인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본래의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면 이번 경선은 또 하나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설사 대선후보로 뽑히지 않더라도 정치적인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에게 미안함을 안겨준 정치인은 언젠가 국민의 부름을 받지 않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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