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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루 매출 5만원 남짓…" 명절 대목 무색한 전통시장…상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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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매출 90% 감소했다", "너무 힘들다"
장기화된 거리두기, 간소화된 제사 의례 영향
일부 전통시장서 발생한 집단감염 여파도
국민지원금,희망회복자금 모두 제외된 소상공인 사각지대

16일 오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중부시장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16일 오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울 중부시장의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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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서현 기자]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찾는 사람이 없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2번째 추석을 맞는 전통시장은 올해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중부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침체해 있는 시장 분위기에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종로에 있는 광장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30년째 시장에서 분식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힌 A 씨(72)는 "매출이야 90% 줄었다.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며 "원래 매장 옆 골목이 사람으로 북적북적해야 하는데, 명절 직전인데도 전혀 느낄 수 없다. 명절 특수 그런 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장이 활력을 잃은 데는 2년째 지속되는 거리두기로 비대면에 익숙해진 사회 분위기, 간소화된 제사 의례와 더불어 최근 일부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시장 골목 안, 매장 가득 재고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중부시장 골목 안, 매장 가득 재고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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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6일 기준 시장 관련 확진자는 185명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가락시장은 매장 일부를 제외하고 폐쇄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에서도 지난달 30일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관련 확진자 수가 약 50명으로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원금으로 소비 활동이 촉진되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는 희망이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전 국민의 88%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폐업 갈림길에 서 있는 영세 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사용처를 제한했다.


전통시장·동네 슈퍼마켓·식당·프랜차이즈 가맹점(편의점·빵집·카페·치킨집) 등에서 사용을 허용하고,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유흥업종·외국계 대기업 등에서의 사용을 제한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살 수 없는 삼성 '갤럭시워치4'가 GS25와 이마트24에서 품절되는 등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상황이 잇따랐다.


긴 통로 사이로 옷감이 줄지어 걸려 있는 광장시장 내부. 옷감을 구경하는 손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긴 통로 사이로 옷감이 줄지어 걸려 있는 광장시장 내부. 옷감을 구경하는 손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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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희망회복자금 모두 외면받은 상인들도 있었다. 중부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C씨(59)는 "하루 5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데, 이렇다 할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빚을 내가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한 5차 희망회복자금 지급이 시작됐다. 이번 희망회복자금은 지난해 8월16일부터 올해 7월6일 사이 1회라도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받거나 경영위기업종에 해당하는 소기업(소상공인 포함)이 지원대상이다. 경영위기업종은 총 277개로 카페, 숙박업, 세탁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떡집은 식품 가공업으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취급하는 품목의 특성상 재난지원금의 효과도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C씨는 "돈이 지급돼도, 방문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국민지원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며칠 전 손님 두 명이 방문해 재난지원금 카드로 3000원어치 떡을 사간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옷감을 판매해온 D씨는 "단골과 지방 손님으로 매출을 내는 곳인데 코로나19 이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 손님의 발길이 끊겨버렸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손님이 끊겨서, 자릿세를 충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매장이 정말 많아졌다"며 "2층도 아닌 시장 1층이 중간중간 숭숭 비어있다"고 전했다.


또 "(희망회복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안주겠다는데 어쩌나. 국민지원금도 먹거리에나 사용하지, 옷감 사러 오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호소했다. D씨는 "도움도 안 되는 재난지원금 마크, 떼어버리든지 해야겠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E씨의 가게에서 건어물을 살펴보는 손님들.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E씨의 가게에서 건어물을 살펴보는 손님들. 사진=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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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난지원금이 시장의 침체한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반응도 있었다. 중부시장 골목 가운데서 건어물, 안주를 판매해온 E씨(48)는 "그래도 지난주에 정말 오랜만에 손님들이 줄을 서 물건을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여전히 자릿세 내기에도 빡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씨 건너편에서 보리굴비를 팔아온 F씨 역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매출이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옆에 쌓여 있는 식품들이 다 그대로 있다"면서도 "재난지원금이 막혔던 숨통을 트이게 했다"고 전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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