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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필의 북 칼럼] ‘향’의 신비한 세계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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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필의 북 칼럼] ‘향’의 신비한 세계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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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각종 냄새에 파묻혀 산다. 어떤 냄새가 좋은 것인지 판단할 틈도 없이 후각을 자극하는 것 중 좋은 냄새를 ‘향’이라고 한다.


향의 세계는 무엇인지 과학으로 탐험하는 신비의 세계를 알려주는 좋은 책이 나왔다. 바로 일본 히라야마 노리아키가 쓴 ‘향의 과학’(황소자리)이다.

시각과 청각이 둘 다 부자유로웠던 헬렌 켈러는 “냄새야말로 나를 수천 마일 떨어진 먼 곳으로 데려다주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세월을 뛰어넘어 시간여행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마법사”라고 말했다.


벨렌 켈러가 말한 냄새의 힘은 시각과 청각의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후각만의 특성이기도 하다.(본문 21쪽)


우리의 코를 자극하는 각종 향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제 그 정체부터 정서적 또는 약리적 효능까지 안다면 더 좋은 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은 왜 향기를 발산할까?, 동물의 분뇨 냄새와 재스민의 향은 사실 같은 분자라는 사실도 그렇고 라벤더 향이 알츠하이머를 예방하고 자몽 향으로 살을 뺄 수 있다는 사실도 신비롭다.

그렇다면 자연 향과 인공합성 향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종종 '프루스트 효과'를 체험한다. 향을 매개로 한 '기억의 플래시백'이라 할 수 있다.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 ‘장미의 영혼’은 어떤가. 장미 향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그림을 보는 순간 장미 특유의 톡 쏘듯 달콤한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인간의 오감 중 후각만이 주는 즉각적이고 원시적인 감각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향'을 사용해왔다. 향은 토기나 장신구 등과 달리 물건으로 전해질 수 없지만 유사 이전부터 좋은 향이 나는 식물과 꽃의 수지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메르 문명((기원전 3000년경)은 이미 향료 제조 기술을 상형문자로 남겼으며 이집트 문명 역시 기원전 2500년경에 제작된 미라에 '향'과 함께 방부 효과가 있는 각종 향료를 사용했다.


그리스, 인도, 동아시아의 고대문명에도 '향'에 관한 기술은 여럿 남아 있다. 그런데도 '향'에 관한 것들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비밀에 싸여 있다.


후각에 관한 학문 연구가 다른 감각에 비해 많이 뒤처진 탓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이학박사 출신으로 그의 시선으로 탐색하는 '향기'의 재미난 세계를 탐구해 ‘향'’ 정체와 그 효능을 과학자의 눈으로 꼼꼼하게 탐색한 교양서이다.


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이지만,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유일한 감각이기도 하다.


최신 과학에 따르면 다른 감각과 달리 후각은 기억과 학습 그리고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의 해마와 편도체에 직접 전달되는 원시 신경 루트를 가지고 있다. 어떤 냄새를 감지하는 순간 의식보다 빠르게 반사 행동이나 감정이 솟아나는 건 이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제 존재를 뿜어내는 향기로 인해 마음이 흔들린 적 있다면, 혹은 참을 수 없는 냄새로 인해 고통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라. 당신에게 숨겨진 향을 만나게 될 것이다.


북 칼럼니스트 최경필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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