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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을 이겨?…과학기술 격차 여전, '진정한 승부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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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광복절입니다. 한국이 20년 넘게 침체에 빠진 일본을 여러 면에서 '추월'했다는 각종 통계 수치가 나오고 있어 광복절을 맞는 느낌이 특별합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면 1인당 구매력 평가 기준 국민소득(GDP)이 일본을 앞섰죠. BTS를 대표로 한 한류 문화, 스마트폰·반도체·가전제품·배터리 등 첨단·ICT산업, 코로나19 방역, 전자 정부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이 일본을 '내려다 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코끼리 밥솥'과 소니 워크맨 등 일본을 부러워 했던 한국으로선 사실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죠. 게다가 2019년 일본이 먼저 도발한 이른바 '소·부·장' 사태에서 한국이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 한국인들의 자부심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콧대를 꺾으려던 일본이 오히려 수출 감소 등으로 손해를 보고 한국은 끄떡없었습니다. 일본 언론들 마저 '어리석은 계책의 극치'라고 비판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의 승승장구가 '사상누각'에 그칠 우려도 여전합니다. 경제·사회·문화의 발전을 뒷받침해 줄 과학기술 수준은 여전히 일본이 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경련은 이같이 지적하면서 기초과학·원천기술의 수준을 상징하는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수가 일본이 24명이나 되지만 한국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년 마다 11대 분야 120개 중점 과학기술에 대해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와 한국을 비교·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도 2020년 기준 결과가 발표됐는데 일본과의 간접 비교가 가능하죠.


불행하게도 아직 한국이 일본을 앞선 분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최고 기술국(미국. 기계·제조분야 EU) 대비 일본의 기술 수준은 87.3%로 한국 80.1%를 한참 앞섰죠. 중국이 80.0%로 한국을 바짝 뒤쫓아 왔습니다. 전체 기술 격차도 일본은 2년인 반면 한국은 중국과 함께 3.3년으로 평가됐습니다.

2020년 현재 11대 분야 주요 선진국과 한국의 기술 수준 평가 결과.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년 현재 11대 분야 주요 선진국과 한국의 기술 수준 평가 결과.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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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별로 살펴 볼까요. 기초 과학 분야에서 여전히 한·일간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큽니다. 우주·항공·해양 분야(일본 83.5%>한국 68.4%), 기계·제조 분야(일본 90.3%>한국 80.7%), 소재·나노 분야(일본 97.6%>한국 80.8%), 에너지·자원 분야(일본 91.0%>한국 80.2%) 등 4개 분야에선 일본이 한국을 월등히 앞섭니다. 환경·기상 분야(일본 90.0%>한국 81.1%), 농림수산·식품 분야 (일본 88.4%>한국 81.4%), 재난 안전 분야(일본 87.8%>한국 80.4%) 등 3개 분야에서도 여전히 격차가 있죠.

그러나 한국에게 희망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첨단 기술인 ICT·SW 분야(일본 84.3%>한국 83.0%)에선 격차가 거의 없습니다. 국방 분야(일본 77.0%>한국 75%), 건설·교통 분야(일본 89.1%>한국 84%), 생명·보건의료 분야(일본 81.6%>한국 77.9%)에서도 기술 간극이 별로 크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이 '뜨는 해'로 총체적인 상승세인 반면 일본은 '지는 해'입니다. 한국의 11대 분야 기술수준은 모두 전년 대비(1.6%p~5.0%p) 높아졌고, 기술 격차는 '우주·항공·해양' 분야를 제외하고 좁혀(-0.2~-1.2년)졌습니다. 전체적으로도 기술 수준이 76.9%에서 80.1%로 상승, 기술 격차도 3.8년에서 3.3년으로 줄었죠. 그러나 일본은 우주·항공·해양, 국방, 에너지·자원을 제외한 8대 분야의 기술 수준이 하락(-0.1~-2.7%p)했습니다. 전체 기술 수준도 87.9%에서 87.3%로 후퇴했으며 기술 격차는 되레 1.9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잃어버린 20년'의 후폭풍으로 타국들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새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제대로 육성하는 데에는 분야 별로 최소 30~5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한국은 1970년대나 되어야 겨우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시작됐고,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양 과학 문물을 받아 들인 메이지 유신 이후 기초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했으니 과학기술의 기반과 출발점이 엄연히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은 일본 정부·국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한국의 경제·사회·정치·문화 등의 빛나는 발전이 사상누각이 되지 않으려면 과학기술 발전에 우리 모두의 고민과 노력, 투자가 더욱 필요하겠죠. 그게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는 길일 것입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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