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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마, 마지막처럼' 4단계 격상 앞두고 고삐 풀린 유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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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토 즐기자" 청춘들 쏟아진 주말 유흥가
편의점 앞·벤치 곳곳서 2차…몰래 영업·원정 유흥도

10일 오후 10시 5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유흥가 골목. 집합금지 조치로 술집이 운영을 종료하자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10일 오후 10시 5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유흥가 골목. 집합금지 조치로 술집이 운영을 종료하자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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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앞둔 지난 10일 오후 9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유흥가는 토요일 밤을 즐기려는 청춘들로 넘쳐났다. 한 술집이 야외에 마련한 10여개의 테이블에는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만석이었고, 하나같이 턱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에 열중했다.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앞으로 2주 동안 친구들과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소리에 급하게 약속을 잡았다"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술집에서 나온 수백명의 사람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일행과 거리에 서서 못다 한 대화를 이어갔다.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기도 했다. 또 만취해 비틀거리다 넘어지거나 길 위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 이들은 편의점 앞, 벤치, 골목 곳곳으로 모여들었다. 한 편의점 앞에는 수십명의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본격적인 ‘2차’가 시작된 것.

한 손에는 맥주캔을 들었고, 과자 봉지가 무리 가운데 펼쳐져 있었다. 즉석만남을 위해 남성이 여성 무리에게 말을 건네거나 시비가 붙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광란의 파티는 다음날 오전 1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고 10여명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술에 취해 함께 노래를 부르며 밤을 보냈다. 코로나19는 존재하지 않는 무법천지였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주변도 4단계 돌입 전 마지막 주말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술집마다 빈 자리를 찾기는 힘들었고, 식당 앞 테라스 등에는 턱스크를 한 채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모던바를 비롯한 일부 업소들은 10시가 넘어서도 간판만 끈 채 문을 잠그고 ‘몰래영업’을 이어나가기까지 했다. 이런 업소들이 모여 있는 복도에서는 어둠 속에서 손님들이 떠드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10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편의점 앞. 술집이 문을 닫자 수십명의 사람들이 노상에서 대화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10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편의점 앞. 술집이 문을 닫자 수십명의 사람들이 노상에서 대화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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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비수도권으로 ‘원정 유흥’을 가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충남 천안시는 유흥시설 밀집 지역에 이동식 선별진료소를 설치했고 현장단속반을 운영해 유흥시설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 점검과 검사 등을 독려하고 있다. 대구시도 유흥시설에 대한 방역수칙 특별 강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충북 청주에선 주말 사이 문을 열 예정이던 한 클럽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뭇매를 맞은 뒤 결국 자발적으로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10일과 전날 대규모 콘서트가 열리면서 수천명이 몰리는 바람에 방역당국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유도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력한 봉쇄조치에도 몰래영업 행태는 근절이 쉽지 않아 보인다. 폐문 후 단골손님만 받으며 영업을 하거나 유흥가 밀집 지역에서 일명 ‘삐끼’가 손님을 골라 데려오는 식이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가게를 빌린 뒤 장소만 옮겨 장사를 하는 변칙 영업도 여전하다. 10일에도 강남구 역삼동에선 일반음식점을 빌린 뒤 유흥주점 형태로 불법 영업을 하던 업주와 이용객 등 52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은 지난 3일부터 전날까지 3267명의 경찰관을 투입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전국 8107개소의 유흥시설에 대한 점검을 벌였다. 이번 점검에선 방역지침 위반 등 불법행위 133건·938명이 단속됐다. 유형별로는 방역수칙 위반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80건·742명, 식품위생법 위반이 10건·150명, 음악산업법 위반이 43건·46명이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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