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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에 탈모…빚은 1억입니다"…'짠내' 브이로그, 늘어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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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빚·우울증' 고백하는 백수 브이로그 늘어나
부유하고 완벽한 일상 뽐내던 기존 유튜버와 대조
시청자들 진심어린 위로와 응원, 조언을 건네기도
전문가 "유튜버-시청자, 서로 공감하고 힐링받는 것"

유튜브에 '백수 브이로그'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백수 브이로그'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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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혼자 사는 35살 백수입니다." , "의지박약 의욕 상실 폐인입니다." , "힘내세요. 좋은 날 올 겁니다."


먹방, 일상, 화장법, 스타일링 등 다양한 주제의 유튜브 콘텐츠가 많은 요즘, 직업이 없고 가난한 상황이나 의욕이 없어 하루 종일 방 안에만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백수 브이로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취업 활동을 하는 모습, 현재 대출 상황, 주거환경 등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고백한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진심 어린 조언과 함께, 긍정적인 댓글을 달면서 희망을 얘기한다.


이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은 기존의 브이로그 영상과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 깔끔하게 샤워를 하며 뉴스를 시청하며 하루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기존의 브이로그 영상이라면, 이들의 기상 시간은 출근할 직장이 없어 일정하지 않다. 타인의 부러움을 살 법한 완벽한 일상을 보여줬던 기존의 브이로그 영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셈이다.


명품 의류나 고급 외제차를 소비하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현상을 보여주는 모습과도 대조된다.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현실감이 없다"거나 "작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브이로그를 찍으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아보카도부터 썰고, 출근하다가 갑자기 청계천에 발을 담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을 정도다.

이에 비하면 백수 유튜버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인 고시원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라면, 밥, 김치 등을 활용해 끼니를 이어간다. 돈을 아끼기 위해 미용실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영상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기도 한다. 자신을 1년6개월차 백수라고 소개한 한 유튜버는 "백수로서의 세월이 깊어질수록 속이 허해진다. 먹어도 금방 배고파진다. 소화는 또 왜 이렇게 잘 되는지…"라고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자꾸만 사람들의 연락을 피하게 된다"며 "이젠 뭔갈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 2년째 취업 준비 중이라는 한 유튜버는 취업 실패 경험을, 빚이 많다는 유튜버는 자신의 채무내역과 신용등급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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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도 이들의 처지에 공감하며 응원을 보낸다. 가장 많은 댓글은 "괜찮다. 나도 그랬다"는 공감과 위로다. 한 시청자는 댓글을 통해 "사업 망해서 쫓겨나듯이 월급도 못 받고 (직장을) 나왔다. 스트레스로 1년동안 누워서 먹기만 하니 10㎏이 찌더라"며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자격증도 따고 취직 준비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 인생 뭐 있냐"며 유튜버를 다독였다.


또 다른 시청자는 "공무원 시험 떨어지고 2년간 방황했던 내 모습과 똑같아서 공감된다"며 "영상을 보는 동안 진심으로 공감했다. 응원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진심을 담아 조언하는 시청자도 있다. 유튜버에게 "아직 젊고 어리다", "일단 청소부터 하고 정신을 바로 잡자",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하는 댓글도 보인다.


전문가는 시청자들이 백수 유튜버에 조언을 하면서 서로 공감과 위로를 주고 받는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힐링' 이라는 설명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유튜버는 자신의 괴로운 것, 힘든 것을 토로하면서 누군가에게 위안받고 싶은 심리라고 볼 수 있다. 시청자들도 '남들도 똑같이 힘들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위로받게 된다"며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에게 밑바닥까지 털어놓기 쉬운 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 창출을 위해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경향은 우려했다. 곽 교수는 "진정한 의미에서 힘듦을 나누고 격려하는 차원에선 좋다"면서도 "시청자의 동정과 관심을 사기 위해 사연을 거짓으로 꾸며내게 되면 다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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