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On Stage] 5년만에 돌아온 두 마녀…뮤지컬 '위키드'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엘파바·글린다 대비 통해 이분법적 가치 드러내
서로에게 끌린 건 각자의 '차이' 인정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우측)과 피에로를 연기한 서경수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우측)과 피에로를 연기한 서경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뮤지컬 ‘위키드’의 대표 넘버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와 ‘For Good(널 만났기에)’ 노랫말에 ‘중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하지만 두 넘버에서 상징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전자는 주인공 엘파바가 극복해야 할 시련을 뜻한다. 한편 후자는 엘파바와 또 다른 주인공 글린다 간 우정의 끌림이다. ‘위키드’에서는 전반적으로 이 두 중력에 관한 서사가 겹쳐 전개된다.


‘위키드’는 미국 소설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세계관은 미국 동화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쌓은 두 마녀가 주인공이다. 2013년 한국 초연, 2016년 재연에 이어 올해 다시 돌아왔다.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 기괴한 외모 탓에 오즈의 쉬즈대학에서 늘 놀림의 대상이다. 반면 글린다는 하얀 피부의 예쁜 외모로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위키드’는 이처럼 글린다와 엘파바를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미와 추, 선과 악 같은 이분법적 가치를 분명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근원이 어디 있고 우열은 과연 존재하는지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옥주현)가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를 열창하는 모습.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옥주현)가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를 열창하는 모습.

원본보기 아이콘


극 초반 주요 무대인 쉬즈대학에 염소인 딜라몬드 교수가 등장한다. 대학에서 유일한 동물교수인 그는 "학교에서 점점 다채로움이 사라지고 있다"며 한탄한다. 과거에는 표범이 수학 문제를 풀고 염소가 철학을 얘기했다. 그러나 모두 이곳을 떠났다. 대학이 그들의 입을 틀어막아서다. 이제는 학생들마저 ‘동물은 구경거리다. 입은 닥쳐라’라고 칠판에 써놓고 조롱한다. 이런 설정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인간 대 비인간, 정상 대 비정상이라는 구별짓기를 비판하면서 대학의 획일화한 교육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딜라몬드 교수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선을 알려줄 수 있는 존재예요. 동물들이 말한다는 설정은 그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그들이 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세상에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들을 몰살시키는 정치적 움직임들. 이런 무거운 메시지가 극 안에 담겨 있습니다." 엘파바 역의 옥주현이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언론을 비판하는 대목도 나온다. 쉬즈대학의 모리블 학장은 엘파바의 뛰어난 마법 능력에 반해 마법사를 소개해주겠다며 에메랄드시티로 이끈다. 목적은 엘파바의 능력을 마을의 정치적 불온세력 감시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엘파바가 이를 거부하자 마을의 언론부 장관이기도 한 모리블 학장은 시민들에게 엘파바가 나쁜 마녀(Wicked Witch)라며 믿어선 안 될 존재라고 선포한다. 그러나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사악한 마녀가 아니라 언론권력의 선전으로 마녀사냥당한 정의로운 소녀였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우측)과 글린다를 연기한 정선아.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우측)과 글린다를 연기한 정선아.

원본보기 아이콘


글린다는 이런 엘파바에게 유일한 친구다. 허영과 질투로 가득한 인물 같은데 밉상은 아니다. 연인 피에로가 자기를 배신하고 엘파바에게 갔음에도 우정은 저버리지 않는다. 동양적 정서와 다소 거리가 먼 쿨하고 낙천적인 현실주의자다.


엘파바가 부조리함과 맞설 용기를 내게 된 것도 글린다 덕일지 모른다. 극 초반 소심했던 엘파바의 성격이 뒤로 갈수록 당당하게 변한다. 글린다와 같은 방을 쓰면서부터다. 엘파바가 학교에서 왕따당할 때, 에메랄드시티로 떠날 때, 오명을 쓰고 마을로부터 도망칠 때 등 여러 위기 상황에서 늘 곁에 있어준 사람이 글린다다.


글린다와 엘파바가 서로에게 끌린 것은 각자의 ‘차이’를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껴안는다. 그럼으로써 전에 없던 힘을 얻고 성장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