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강간 인형" vs "그냥 성기구" 성인용품 리얼돌 남녀 갈등 격화

최종수정 2021.01.26 10:44 기사입력 2021.01.26 10:38

댓글쓰기

법원 "리얼돌, 풍속 해치는 물품 아냐…수입 허용"

2019년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19년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리얼돌(사람 신체와 비슷한 모양의 성기구) 수입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남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리얼돌이 아닌 '강간 인형'이라며 강력히 규탄하는 반면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성들 주장을 종합하면 리얼돌 이용과정에서 '극단적 성적 대상화'가 발생한다. 예컨대 리얼돌을 지인 여성과 유사하게 만들어 이용하는 경우 그 자체로 해당 여성에 대한 모욕이자 여성에 대한 존엄을 짓밟는 행위라는 것이다. 여성들 사이에서 리얼돌에 '강간 인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 판결 소식을 들었다는 20대 여성 직장인 김 모씨는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타인의 얼굴을 그대로 만들 수 있는 리얼돌은 물론 초등학생 모습을 하고 있는 리얼돌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에는 여성의 질막까지 만들어 놓고 질막을 선택하면 가격을 더 받는 리얼돌도 있다. 이게 단순한 성기구 의미만 있는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리얼돌 업체는 판매 옵션으로 여성의 질막을 고르게 하고 있다. 또 질막의 표기는 '처녀막'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성이 처녀막이 있는 옵션을 선택하면 구입가는 더 오른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처녀막이 있어야 순결한 여자'라는 일부 남성들의 여성관을 그대로 리얼돌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리얼돌 구입 과정에서 '질막'을 고르면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 자체도 황당하다고 지적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0대 여성 회사원 박 모씨는 "질막을 넣고 가격을 더 받고 팔고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결국 남성들의 잘못된 성적 욕망을 위한

도구가 아니냐, 리얼돌이 그렇게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예의나 생각이 있다면 그런 리얼돌이 나올 수 없고 또 팔리지도 않는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40대 남성 회사원 김 모씨는 "리얼돌이 그냥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성기구 아닌가, 그럼 그 안에서 각자 자유롭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리얼돌도 마찬가지다. 남성용 여성용 다 있다, 그냥 다 똑같은 리얼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리얼돌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지속해서 일어난 바 있다. 여성에 대한 극단적 성적 대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9년 7월 게시된 리얼돌 판매 금지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가졌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리얼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리얼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문가는 리얼돌은 결국 남성 관점에서 여성의 신체를 지배한다고 지적했다. 단순 성기구로 쓰이는 것이 아닌 여성에 대한 존엄을 훼손한다는 비판이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에서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25일 서울행정법원은(행정5부 박양준 부장판사)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인용품을 수입·유통하는 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 했으나 김포공항 세관은 해당 제품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판단하고 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A사는 세관 처분에 불복하고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으나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도 2019년 6월 한 리얼돌 수입사가 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