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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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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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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콜린스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조용히 듣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묻는다. "교회 다니세요?" 난 종교가 없다.


백파이프가 연상되고, 미국의 장례식장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찬송가로 들리는 이 노래는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 쪽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요 가락에 어떤 노예 선장의 잘못을 뉘우치는 글을 붙인 곡이다.

아메리카를 정복한 유럽 사람들이 옮겨간 역병으로 인해 많은 원주민들이 희생되자 그 식민지 노동력을 대체하려고 아프리카에서 살던 원주민을 사냥해 아메리카에 공급하는 삼각무역이 성행했다.


무역선을 운영하는 유럽은 부를 쌓았다. 특히 영국의 상선들은 많은 돈을 벌었고, 많은 상류층과 국회의원들이 그 사업과 연관돼 있었다. 노예의 참상을 알리는 여러 목소리가 있었으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존 뉴튼은 노예선의 선장으로 많은 항해를 하던 중 하루는 폭풍우를 만나 죽음을 앞두고서야 잘못을 뉘우쳤다. 그때의 깨달음으로 그는 변했다.

실제 경험으로 자세한 노예의 참상을 세상에 널리 알렸고,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가사를 입힌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영국 시민들에게 불리게 했다.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와 윌리엄 피트의 노력으로 확산됐고, 영국 하원은 1833년 7월29일 노예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1861년 노예제가 유발시킨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은 내전을 겪었다. 4년 동안 서로를 죽였다. 링컨의 노예제 폐지는 그 난리를 치르고 나서야 만들 수 있었다.


국민, 시민 할 때 쓰는 백성 민(民)자의 한자 어원은 끔찍하다. 잡혀온 노예가 반항하거나 도망치지 못하게 눈을 칼로 찌르는 모습을 형상한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알아갈수록 많이 힘들다. 처참한 전쟁의 역사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고 함께 치유해온 과정이기도 했다. 음악이 있어 가능했으리라.


우리의 일상도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음악은 고달픈 우리를 위로해 주는 최고의 치유제다. 할퀴고 상처 입은 우리를 진정시켜 함께 생각할 여유를 갖게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강력한 힘이다.


미국의 남북 내전이 끝난 지 150년 후 찰스턴의 한 교회에서 남부연합깃발을 든 백인 청년의 총기 난사로 흑인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추도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슨 연설을 했을까? 자칫하면 흑백 간 큰 분열이 생길 수 있는 미묘한 자리였다.


대통령은 나지막이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메~~이징~~그레이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 하우 스위트 더 사운드~~~"


음악의 힘은 실로 어메이징하다. 난 힘들 때마다 음악을 듣는다. 힘든 친구들에게 음악을 권한다. 아무래도 그 노래가 찬송가 같아 불편하다면, 포플레이의 멋진 연주곡을 추천해본다. 그리고 힘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그 어떤 음악이라도 듣고 힘내시라고….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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