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사회통합지수. 이는 한 나라의 갈등 수렴 능력, 즉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수이다. 한마디로 특정 국가가 사회 집단 구성원들, 계층 간의 갈등을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척도이다. 한국의 사회통합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0.93 정도로 선두를 달리는 반면,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지수는 0.21 이다. 이는 최하위 이스라엘 다음으로 낮은 수치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영토 분쟁, 종교 분쟁, 주변국들과의 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에 비해 상황이 좀 더 좋다고 생각되는 우리나라가 갈등으로 인해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246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락다운(이동금지)되는 경험을 통하여 재택 근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미래로 성큼 달려가게 되었다. 비대면(언택)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래사회는 갈등사회이다. 소득 계층간, 남녀간, 세대간, 이념 갈등이 보다 증폭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932년 영국에서 발간된 미래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실험실에서 인간들이 대량생산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인간 생산공장에서는 지능순으로 알파, 베타, 감마, 델타등으로 인간 계층이 결정된다. 인공지능(AI)과 언택으로 대변되는 미래사회가 가까워지면서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가 심해지고 디지털 적응 능력에 따라서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코로나19가 미국을 새로운 계급사회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안전함을 기준으로 4개의 계급으로 미국이 재구성되고 있다는 말이다. 첫 번째 알파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The Remotes)'이다. 이들은 미국 전체 노동자의 35%에 해당하고 노트북으로 일이 가능한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코로나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라이시 교수에 따르면 첫 번째 계급은 '위기를 잘 건널 수 있는 계급'이다.
두 번째 베타 계급은 '필수적 일을 하는 사람들(The Essentials)'이다.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안전을 감수하면서도 컨택 업무를 해야만 하는 계층이다. 의사, 약사, 간호사, 헬스 케어 관련 직종, 음식 배달자, 경찰관, 소방관, 군인, 공무원들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노동자의 30%를 차지하는데, 결국 첫 번째 계급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대면이 불가피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감마 계급은 코로나로 인해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The Unpaid)'이다. 식당, 소매업,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대면해야 하는 일이지만, 의료활동과 같이 필수적인 일이 아니기에 결국 무기한으로 경제활동을 멈추어야만 하는 계급이다.
마지막 델타 계급은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The Forgotten)'이다. 미국 사회의 사각지대인 감옥, 이민자 수용소, 노숙인 시설 등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애초에 물리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 있기에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사회는 이들을 외압으로 격리해 놓았지만, 결국 코로나 19로 인해 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라이시 교수의 가설이 비록 미국 사회를 기준으로 전개되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3번째 감마 계층에 500만명의 자영업자를, 그리고 4번째 델타 계층에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 500만명을 추가해서 생각하면 영락없이 한국의 미래사회 모습이기도하다.
미래사회는 '멋진 신세계'가 아닌 '초갈등사회'이다. 우리는 시급히 갈등 조정 능력과 사회 신뢰 수준을 높이고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사회통합능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미래의 멋진 대한민국도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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