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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진입로 규제완화했더니 '징계'...'적극행정' 아직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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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산업단지공단 진입로. 기사와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아시아경제DB]

지방의 한 산업단지공단 진입로. 기사와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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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일을 안 해도 됐다. 장기 미분양 토지라 그냥 두어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기업을 유치하면 미분양 토지도 해소되고, 자원도 아낄 수 있는 등 많은 이익이 파급될 수 있다는 생각에 윗사람들과 뜻을 맞춰 기업을 유치했다. 그런데 감사를 받았고, 적극 소명했지만 징계 대상이 됐다. 일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봉 처분을 받았다가 재조사를 통해 나중에 징계를 면제 받은 충남 계룡시의 공무원 A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3년 간 A씨처럼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다 징계를 받았지만 중소기업 옴부즈만(이하 옴부즈만)의 징계면제 건의로 징계가 면제·감경된 공무원은 모두 7명이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 제23조 4항에는 "적극적으로 규제개선을 위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발생한 위법행위 등을 이유로 담당 공무원 등을 징계하는 경우 옴부즈만은 해당 징계권자에게 그 징계의 감경 또는 면제를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부당함을 호소할 경우 옴부즈만이 고의·중과실 여부와 적극행정 요건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거쳐 '적극행정 징계면책권'을 행사하게 된다. 징계권자에게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의 면제나 감경 등을 건의하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생활폐기물 소각장과 특고압 송전탑, 공원묘지 등과 인접해 기업들이 입주를 꺼리는 바람에 10년 이상 장기 미분양 용지로 남아있던 산업단지 공단 내 토지를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나자 용도변경 등을 통해 입주를 추진했다.

A씨와 그의 상급자인 팀장, 과장의 노력으로 이 기업은 입주에 성공했고, 100억원을 투자해 신규 고용 100명, 연간 생산효과 98억원 등 계룡시의 세수 확보에도 큰 몫을 했다. 이 사례는 충남도의 우수시책으로 선정돼 A씨를 포함한 3명은 표창까지 받았다. 그러나 6개월 후 진행된 감사에서 이들은 징계 처분 대상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충남 아산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B씨는 지난 2018년 가축분뇨 퇴비화 시설의 신속한 허가를 위해 법령 검토를 거쳐 환경영향평가를 제외했다. 그러나 감사에서 이는 형식적인 검토라고 판단해 B씨와 그의 상급자인 팀장, 과장에게 직무태만으로 징계를 받게 됐다.


옴부즈만이 조사와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결과, 환경영향평가를 제외한 시설은 건축물 사용승인 때 관련 시설을 다시 확인한다는 조건부로 허가했고, 이를 사용승인 때 다시 점검한 만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씨에 대한 징계는 철회되고, 나머지 2명의 상급자들에 대한 징계는 훨씬 가벼워졌다.


경기도 양주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C씨는 지난 2017년 공장신설이 승인되려면 공장 진입로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공장 진입로의 도로폭을 6m에서 최소 도로폭인 4m로 완화했다. 그러나 C씨는 상급기관 감사에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됐다.


옴부즈만이 현장점검과 관련자 인터뷰, 유사 사례조사, 도로여건 등 지역현실 분석, 관련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적절한 조치였고, 능동적 업무수행'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C씨에 대한 징계는 없었던 일이 됐다.


박주봉 옴부즈만은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펼쳤는데 사례를 받은 것도 아니고, 처벌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런 식이면 공무원들도 일 못한다"면서 "총리께서도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직도 옴부즈만이 있으나 마나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기업 뿐 아니라 공무원들에게도 꼭 필요한 조직이다. 옴부즈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적극행정을 펼치고도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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