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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국공 사태, 오해의 덫에 스스로 빠진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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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를 찾아 다짐한 내용이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이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그늘인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천착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자칫하면 또 다른 차별과 불공정, 갈등의 불씨로 번질 수도 있다. 25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벌어진 일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원들은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역차별'이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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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이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자 정규직 노조원들이 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을 비틀어 불편한 정서를 표출한 셈이다. 공기업 취업을 갈망하는 취업준비생들도 '로또 취업'을 반대한다면서 '부러진 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정의 가치를 앞세워 탄생한 정부가 불공정 의문에 휩싸인 현실은 씁쓸한 대목이다.


'대통령의 선의(善意)'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해 때문일까.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일부 방송에 출연해 사실관계를 설명했으니 논란은 잦아들까. 청와대는 '나이브'한 접근법으로 일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 여론의 역풍으로 이어졌는데 청와대 참모 중에서 춘추관을 방문해 해명하는 사람도 한 명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사회 쟁점으로 떠오를 때마다 유사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공기업은 20대 청년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입사 경로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정부 정책의 변화로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이를 지켜보는 취준생의 마음은 어떨까.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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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오해'라는 해명이 그들의 허탈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으리라 보는가. 사실관계가 일부 왜곡 전달되면서 논란이 부풀려진 측면은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는 게 근원적인 해결책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다. 고용시장의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정형화된 모범 답안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대통령 임기 내에 뭔가 보여주겠다는 '단기 성과주의'를 버리고 긴 호흡으로 다가서는 게 꼬인 매듭을 푸는 출발점이 아닐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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