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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 처벌법, 21대 국회선 통과될까…"진실 지켜야" vs "표현 자유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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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민주당 당선인 18인 "5.18 역사왜곡처벌법 1호 법안 제정"
명예훼손 소송 만으로 5.18 망언 처벌 힘들어…형법 규정 필요
전문가 "표현 자유 침해 우려…공익 목적 처벌 안해야"

지난 16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남 지역 당선인 10명 전원이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남 지역 당선인 10명 전원이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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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일부 광주·전남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이 5.18 관련 왜곡·폄훼 발언을 처벌하는 이른바 '5.18 왜곡 처벌법'을 발의할 것으로 보이면서, 해당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찬성 측은 5.18 관련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을 막으려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18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21대 국회 개원 즉시 5.18 관련법 개정을 공동으로 추진, 20대에서 이루지 못한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선인들이 공동 발의할 예정인 5.18 관련법은 이른바 '5.18 역사 바로 세우기 8법'으로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역할 및 권한 확대 △역사 왜곡 처벌 강화 △유공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당선인들은 이 가운데 왜곡 폄훼 발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5.18 왜곡처벌법'을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석 민주당 5.18 40주년 특별위원장은 이날 "법률적, 역사적 평가가 완료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역사왜곡처벌법이 1호 법안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 왜곡 처벌법은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 3당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출판물, 전시물, 인터넷, 공연 등에 5.18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하는 게 골자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지난해 2월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 법정 입장을 위해 몸 수색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지난해 2월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 법정 입장을 위해 몸 수색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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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 처벌법 찬성 측은 5.18의 역사적 합의가 이미 이뤄졌는데도, 이를 부인하거나 비방하는 이들을 처벌할 법안이 없어 5.18 관련 가짜뉴스를 차단하거나 유공자 명예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는 5.18 망언을 처벌하는 형법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5.18 관련 단체들은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 5.18 망언을 한 이들을 일일이 고소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으면 명예훼손 처벌이 힘들다는 데 있다.


지난 2008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지만원 씨는 4년 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지 씨가 5.18을 왜곡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5.18 민주화운동은 법적·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상태로, 지 씨 게시글을 통해 5.18 관련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판시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5.18 왜곡 처벌법을 발의했던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20일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명예훼손 여부를 불문하고 금지 및 처벌을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역사적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고 국민들이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5.18 민주화운동 / 사진=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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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각에서는 5.18 왜곡 처벌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지난해 4월22일 서울 서초구 오픈넷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5.18의 의의는 숭고한 가치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입법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정의하고 이를 부인할 시 형사처벌하는 선례는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규제는 국가와 정치권력이 반대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며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써, 그 표현으로 인한 해악이 중대하고 명백·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5.18 망언에 대해 자율규제와 형사처벌을 함께 도입하는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2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5.18 비방·왜곡·날조 처벌 시 표현과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기본 전제로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안 되면 형법적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학문 연구, 시사 사건 보도 등 목적에 기여하는 경우 (왜곡 처벌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넣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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