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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 부는 '자발적 출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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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벚꽃이 핀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의 유스페이스 앞 거리를 인근 직장인들이 산책하고 있다.

 2일 오후 벚꽃이 핀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의 유스페이스 앞 거리를 인근 직장인들이 산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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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첫주는 꿈만 같았고 둘째주는 여유로웠지만 셋째주부터는 그저그런 일상이 되고 말았다. 집이라는 공간은 기름과 물처럼 회사 일과 섞이지 않았다. 그렇게 재택근무의 한계가 다가왔고, 최재성(34·가명)씨는 '자발적 출근자'가 되기로 했다.


2일 오후 판교에서 만난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직원 최재성 씨는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일하는 데 한계가 느껴지더라"며 자발적 출근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고성능 장비로 하던 그래픽 작업을 집에서 하다보니 작업 시간이 길어졌다"면서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사무실 근무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출근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재택근무를 권하지만 그는 생각이 달랐다. 최 씨는 "마스크를 쓰는 등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서 출근하고 있다"며 "동료 중에서도 자발적으로 출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IT 기업도 비대면 업무 고충 있어" = 입주 기업 1300여곳에 약 7만 여명이 근무하는 판교테크노밸리는 거대한 기술 집약적인 도시다. 카카오,엔씨소프트,넥슨 등 대표적인 IT 기업들이 모여있는 이곳이 대대적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말. 한달을 넘기면서 최씨와 같은 자발적 출근자들이 늘고 있다. 사무실보다 열악한 업무 환경을 견디지 못해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려워질 것을 경계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재택근무 초기인 3월 초만 해도 썰렁했던 판교 거리는 이제 출근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분주히 오가는 행렬로 부산스럽다. 재택근무를 해제하는 곳도 슬슬 생겨나고 있다. 엔씨는 다음주부터 주 4일제로 출근하기로 했다.


카카오 사옥 근처에서 만난 이모(28)씨는 "재택근무 체제가 잘 되어 있지만 직접 대면해서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것이 더 효율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부서마다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근처 카페에서 만난 게임회사 직원 김모(34)씨도 "IT 기업들이 비대면에 익숙한 측면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비대면과 대면을 혼합해야 업무 성과가 올라가더라"며 "다만 이번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좀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판교 1세대 상인 "이런 불황 처음" = 자녀들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집보다 사무실을 택한 직원들도 있다. 또 다른 게임사 직원 최모(40)씨는 "집에 아이들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업무에 방해되는 측면이 있어서 사무실에 나왔다"면서 "육아 때문에 재택을 선택하는 직원들도 있긴 하지만 반대로 출근을 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자발적 출근자가 늘면서 판교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지만 코로나19의 후유증은 아직 크다. '판교의 로데오거리'로 통하는 유스페이스와 에이치스퀘어 곳곳에는 '임대문의'를 붙여놓은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상인들은 매출이 사실상 바닥을 찍으면서 수백만원의 월세를 감당하는 대신 폐업을 택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임시휴업을 하는 점포들도 적지 않다.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당시부터 7년 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연(60)씨는 "판교 1세대로 입주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라며 "자발적 출근자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그때까지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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