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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 최대 피해자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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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8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美 셰일업체 유가전쟁 못 견딜 위기…감산 추진
美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지위 내려놓을 듯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유가가 18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지위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저유가로 채산성이 나빠진 셰일업체들이 감산을 요청함에 따라 유전 밀집지역인 미국 텍사스주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급' 저유가 기조에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셰일업체인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와 파슬리 에너지는 원유 감산을 논의하기 위한 철도위원회 공청회 개최를 텍사스 주정부에 요청했다. 텍사스주 역시 감산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청회는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요청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매트 갤러허 파슬리 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추가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많은 생산 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미국 셰일 업체들이 감산 움직임에 나선 것은 유가가 연일 하락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경우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진 후 소폭 상승하면서 20.09달러에 마감됐다.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역시 장중 배럴당 22.94달러로 약세를 보였다. 셰일을 통한 원유 생산은 배럴당 50달러 선에 채산성이 맞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국제 원유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유가 전쟁의 여파로 폭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애초 사우디가 대규모 감산을 추진했지만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자 유가전쟁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경쟁으로 인해 미국 원유 생산이 타격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전쟁의 여파로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의 지위를 놓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저유가가 지속되면 미국 원유 생산은 크게 줄어,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2018년부터 셰일 생산에 힘입어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시장 상황은 갈수록 좋지 않다. 사우디는 다음 달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사상 최대로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원유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예르긴 부회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음 달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2000만배럴이 줄 것"이라면서 "이는 금융위기 기간 발생한 원유 수요 감소폭의 6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의 유가 전쟁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이 존망의 위기에 놓였지만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실무자들이 유가 문제를 논의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예르긴 부회장은 이에 대해 "미 정부는 외교력 외에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 외교안보 전략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미국이 원유 순수출국이 되면서 중동산 원유에 의지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미국의 전략적 위치 역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 전쟁을 촉발시킨 사우디는 직간접적으로 기존의 증산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최근 파이프라인 자회사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가로 인한 수입 감소를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메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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