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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등장…운전자들 "환영" vs "꼼수"

최종수정 2020.03.27 17:17 기사입력 2020.03.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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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 스쿨존 우회 기능 내비게이션 두고 '민식이법' 회피 논란
전문가 "민식이법, 운전자에게 과도한 부담 주는 법"

어린이 보호구역/사진=연합뉴스

어린이 보호구역/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슬기 인턴기자]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안전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25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일부 운전자들은 처벌 자체가 너무 과하다며, 스쿨존 운행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스쿨존 우회' 안내 기능이 추가된 내비게이션도 나왔다. 스쿨존 진입에 앞서 피해가라는 안내가 나오는 식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법을 준수하는 것이 아닌 아예 법을 회피하거나 일종의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다.

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13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에 따라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하면 운전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또, 상해시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져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도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잉 처벌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 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원이 연이어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운전자에 가해지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 개정안은 과하다. 운전자가 피할 수 없는 사고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등의 의견을 주장했다.


한 청원인은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데 이러한 아이들의 돌발 행동을 운전자로 하여금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자 부당한 처사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에 스쿨존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스쿨존을 지나가야 하는 운전자에게 극심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가 민식이법을 고려해 '스쿨존 회피 경로 설정' 기능을 추가한 화면 캡처/ 사진=아시아경제

사진은 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가 민식이법을 고려해 '스쿨존 회피 경로 설정' 기능을 추가한 화면 캡처/ 사진=아시아경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량이 스쿨존에 진입할 때 이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도 등장했다.


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는 민식이법을 고려한 기능인 '스쿨존 회피 경로 설정'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목적지로 가는 경로에 스쿨존이 있을 경우 이 구역을 피해서 갈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


불가피하게 스쿨존에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경고와 안내 표시를 강화해 운전자를 지원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스쿨존 진입 300m 전방에서 스쿨존 안내가 뜨고, 시속 30km 가 넘어가면 내비게이션 화면이 붉은색으로 깜빡이면서 경고음을 낸다.


운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내비게이션의 이러한 기능이 반갑다는 한 운전자는 "초보운전이라 운전이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법 제정 취지는 좋아도 잘못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대 여성 운전자 A 씨는 "내가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한다고 해도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내가 처벌받는 것 아닌가"라며 "내비게이션에 '스쿨존 회피 경로 제공' 서비스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해 최대한 스쿨존을 피해서 다닐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스쿨존에서 조금이라도 부주의했다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호하고 이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 업체에서 '경로 우회'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법을 지키지 않으려는 운전자와 업체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50대 남성 운전자 B 씨는 스쿨존 앞에 있는 직장에 근무해 평소 스쿨존을 자주 지나다닌다고 설명하며 "민식이법은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자들도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운전할 수 있고 아이들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법을 지키는 것은 운전자 각자의 몫인데 내비게이션 업체에서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며 "불필요하게 길을 돌아가게 되면 그만큼 기름값도 더 들고 환경 오염의 소지도 더욱 커진다. 택시비를 많이 받고 싶어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는 것에는 분노하면서 어린이 안전을 지키기 위한 스쿨존을 피하고자 돌아가는 것에는 왜 분노하지 않는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 가운데 업체 측은 "해당 기능은 운전자들이 안전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개발된 것으로 운전자 선택에 의해 옵션 설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며 "어린이호보구역내 차량의 진입을 줄여 어린이 안전을 더욱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운전자들이 지적한 '꼼수'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진은 해당 어플에서 '스쿨존 회피경로 탐색' 설정 비교해 놓은 화면 캡처. 스쿨존 회피경로 탐색 설정 전(좌) 스쿨존 회피경로 탐색 설정 후(우)/사진=아시아경제

사진은 해당 어플에서 '스쿨존 회피경로 탐색' 설정 비교해 놓은 화면 캡처. 스쿨존 회피경로 탐색 설정 전(좌) 스쿨존 회피경로 탐색 설정 후(우)/사진=아시아경제



스쿨존 우회 기능 내비게이션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식이법은 과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 정도를 따져 피해자의 과실이 큰 경우엔 사망 사고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하더라도 스쿨존에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형평성 검토를 못한 것 같다. '윤창호법'이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 한 경우 3년 이상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형인데,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사고라 해서 무조건 3년 이상의 형이라는 건 너무 무겁다"고 설명했다.


네비게이션에 대해서는 "위험한 곳을 피해가라고 알려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라며 "운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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