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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범죄양상의 변화와 프로파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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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범죄양상의 변화와 프로파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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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8일 전국의 모든 언론이 '화성 연쇄살인범 신원 확인, 교도소 수감 중'이라는 보도를 냈다. 화성 사건이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던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과학 발전 수준, 수사력의 한계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면 그 사이 수사 기법에 어떤 발전이 있었기에 30년 미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게 된 걸까.


이제는 언론상에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프로파일링'이라는 용어는 1974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됐다. 한국 경찰의 프로파일링은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범죄분석팀이 설치되면서 최초로 운영됐다. 프로파일링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용의자를 압축하고 검거ㆍ신문 전략 등을 수립해 범죄 수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범죄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차별화된다. 프로파일러는 사건 발생 현장에 CSI(Crime Scene Investigation)와 함께 출동하며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을 응용하고 적용해 범죄 수사를 지원한다.

한국 경찰에 프로파일러가 등장한 것은 과학 수사 영역이 확대되고 발전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프로파일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동기가 불분명하고 잔혹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위험한' 사회라는 것도 시사한다.


1990년대 이전 한국 사회에서 살인 사건은 대부분 치정이나 원한, 금품 갈취 목적에서 발생했다. 즉 살인의 동기와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에 수사 방향을 설정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데 비교적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그러다 1990년대로 접어들며 살인 범죄의 유형도 변화되기 시작했고 잔혹함은 급속도로 심각해졌다. 1994년 소위 '지존파'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는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끔찍한 살인 범죄를 목격하기 시작했다. 택시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온보현' 사건, 1996년 지존파를 모방한 '막가파'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개인적 분노 감정을 불특정인을 향해 잔혹한 행위로 표출한 범죄들이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범죄는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3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시작으로 정남규ㆍ강호순으로 이어진 연쇄살인이 한국 사회를 또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단순히 행동 특성만 본다면 이들은 범행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수법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법의 변화가 살인을 통해 경험하는 자신의 감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환상과 잔혹함은 끝없이 심해진다.

2017년 경찰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여러 사건에 투입되고 범죄자들을 면담하는 일을 계속했다. 몇몇 범죄자는 연쇄성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이제는 초기에 검거된다. 과학 수사의 발전, 수사력의 발전과 범죄에 대한 국민 의식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초기에 검거된 연쇄성 범죄자들을 법정에서 얼마나 잘 가려내고 적절한 처벌을 하느냐에 관심을 가질 때다. 연쇄범죄자들의 거짓 눈물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이것은 프로파일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화성 사건으로 돌아가, 과학의 발전으로 범인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다행이지만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이 마음 깊이 느껴진다. 끝나지 않는 그 고통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또 한 가지 의미가 큰 점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 옥살이를 한 피해자도 밝혀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화성 사건 수사의 남은 과제는 어떤 이유로 그러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 된 것인지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경찰 수사뿐 아니라 검찰ㆍ법원으로 이어지는 당시 사법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국내1호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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