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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 회의…양적완화 갈림길서 ECB 떠나는 '슈퍼 마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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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임기 마치고 이달 말 퇴임…24일 마지막 통화정책결정회의 주재
재정위기 진화에 큰 역할…ECB 분열 속 정책수단 바닥 우려

오늘 마지막 회의…양적완화 갈림길서 ECB 떠나는 '슈퍼 마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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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지난 8년간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을 이끌어 온 '슈퍼 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마지막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주재하고 기자회견에 나선다. 취임 초기 "무슨 수를 쓰더라도(Whatever it takes)"라는 세 단어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확산을 멈춰 세운 슈퍼 마리오는 위기 국면마다 과감한 정책카드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숙제도 남겼다.


다시 한 번 양적완화 갈림길에 선 ECB는 이제 이른바 일본식 장기불황(Japanificationㆍ재패니피케이션) 우려에 휩싸인 상태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의 후폭풍과 함께 바닥난 '탄약'은 차기 수장인 크리스틴 라가르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CB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오는 31일 퇴임을 앞두고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주재한다. 9월 회의에서 예금금리 인하, 자산매입 프로그램 재개 등 대규모 완화 패키지를 발표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별다른 정책변화가 없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는 "드라기 총재의 마지막 기자회견은 9월 부양책 발표 이후 제기된 비판을 방어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켓워치 역시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ECB 내 분열 속에 드라기 총재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하고 있던 2011년 11월 ECB의 지휘봉을 잡았다. 취임 직후 예금금리를 0.75%에서 0.50%로 낮춘 그는 임기 8년간 총 여덟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폭의 인하를 단행했다. 재정난에 빠진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채 가격이 끝 모르고 급락한 2012년 7월에는 자신의 대표 수식어가 된 "무슨 수를 쓰더라도"라는 말을 시장에 던짐으로써 중앙은행의 정치적 수사가 갖는 무게를 증명해냈다. 이후 무제한채권매입프로그램(OMT) 등 적극적인 개입도 불사했다.

이는 모두 재정파탄으로 번질 뻔한 유로존 위기를 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세 단어, 1100만개의 일자리: 드라기 총재의 유로 경제 유산'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의 발언이 없었다면 오늘날 단일통화(유로화)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며 "일자리 증가 등은 분명 드라기 총재의 가장 큰 경제적 성과"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퇴임으로 ECB의 통화정책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사실상 드라기 체제에서 ECB가 사용 가능한 정책도구 대부분이 소진됐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독일의 일간지 빌드는 오랜기간 이어진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드라기 총재를 피를 빨아먹는 '드라큘라(Count Draghilaㆍ드라길라 백작)'로 비유했다. 10월 현재 ECB의 예금금리는 -0.50%다.


특히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ECB 내부의 분열은 극대화된 상태다. 지난달 회의에서 ECB 정책이사회 25명 위원 중 최소 7명 이상이 자산매입프로그램 재개에 반대의사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인 물가관리에 실패했다는 점 역시 드라기 총재의 오점으로 기록된다. 8년 임기 중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2%에 그쳤다. 9월 CPI 상승률은 0.8%로 약 3년 이래 최저였다. 이는 ECB 관리 목표인 2%에 훨씬 미달한다. 유로존을 중심으로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 등 일본식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재패니피케이션 공포가 빠르게 확산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더욱이 미국발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유럽의 경제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화를 구하기 위한 드라기 총재의 싸움은 이제 끝에 도달했다"며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ECB의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이는 라가르드 차기 총재의 몫"이라고 전했다. 통화정책 수단이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11월 취임하는 라가르드 차기 총재는 각국을 설득해 재정정책 카드를 낼 수 있게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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