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재정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볼 때마다 우리 경제에 외환 위기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었는지 재확인하게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부채비율 40%'를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 때문이다. 사실상 30년 이상 우리나라 국가재정전략을 지배해온 것은 이 같은 '재정 건전성의 신화'였던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새 수장이 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 한국과 함께 독일, 네덜란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성장 모멘텀을 상실한 반면 정책적으로 대응할 '탄약'은 부족하다는 경고를 하면서다. 5회 연속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IMF의 새 수장은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일수록 재정 '화력'을 펼쳐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 3개국의 공통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확장적 예산 기조를 둘러싼 논란에도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여전히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다. 유럽 내에서 재정지출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독일(66.1%)마저도 우리(37.2%)보다 훨씬 높다. 200%를 웃도는 이웃나라 일본 등은 감히 비할 바가 못 된다.
물론 이른바 '40% 룰'을 지키자는 주장에도 충분한 근거는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출,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급격하다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 향후 고령화, 통일 등 국가재정에 여파를 미칠 변수도 많다. 수출에 기대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대외 여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과거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위치는 어떠한가. 한국은행, IMF 등은 일제히 올해 경제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나쁘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은 11개월째 뒷걸음질 칠 것이 확실시되고, 올해 성장률은 불과 2.0~2.1%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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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요국들은 재정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상태다. 퍼주기식 지출은 경계해야 하지만 확고한 재정준칙 아래 '단기적 재정 정책의 역할'이 시급한 시점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땐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의 경고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때로는 과감한 재정 정책이 위기 돌파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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