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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비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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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이차선 도로가 지나는

중학교 앞 큰 교회 옆

소박하지만 제 나름 멋을 낸 동네 카페 테라스에서

젊은 엄마가 두세 살 아이를 안고

비 내리는 처마 밖으로 손을 내밀며

무언가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이봐.

이런 게 비야, 비.

가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지.

오래전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어느 날

두세 살 내게도 비를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을 텐데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오후 한 詩] 비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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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을 가르쳐 준 사람, 햇살의 따스함을 가르쳐 준 사람, 손바닥 한가득 햇살을 담아 내 볼을 맨 처음 감싸 준 사람. 나비를 가르쳐 준 사람, 나비가 하늘하늘 날 때와 팔랑팔랑 날 때의 차이를 가르쳐 준 사람, 저길 봐 오늘은 나비가 심심한가 봐 자꾸 이쪽저쪽 구경하느라 참 바쁘구나, 하느작하느작 속삭여 준 사람. 여름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하나하나 헤아려 주고, 꽃과 새와 구름의 이름들을 찬찬히 짚어 주고, 처마 밖으로 손을 내밀어 비를 가르쳐 준 사람. 그 사람, 이 세상의 모든 처음을 가르쳐 준 사람, 우리 엄마.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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