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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인간과 운세의 삼각관계

최종수정 2019.08.02 10:27 기사입력 2019.08.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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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숫자를 바꾸고 인생이 바뀌었다' 책 출간에 부쳐

흔히들 숫자를 우주의 언어라고 한다. 문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상상조차 버거운 우주의 움직임까지 숫자를 이용하면 식을 만들거나 설명이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숫자로 엮어졌고, 우리가 애용하는 컴퓨터도 2진법 숫자로 작동하며, 인간의 DNA 또한 4개 코드로 조합되어 유전정보를 물려준다. 우리가 살아내는 인생은 말과 글로 묘사·기록하지만, 애초 근본적으로 숫자와 불가분의 관계인 까닭에 인생은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 숫자와의 관계는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사람에 따라 숫자가 주어지기도 하고, 사람의 노력으로 숫자를 얻어내기도 한다. 출생과 사망의 숫자는 주어지는 것이다. 출생한 연월일시에 따라 사주팔자가 생기고,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다. 살면서 학번, 군번, 의료보험번호, 전화번호, 차량번호 등 수많은 번호를 얻고, 사망한 연월일시에 따라 그 수많은 번호의 기능이 차례로 정지된다. 대부분 주어진 것들이다. 개중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은행 비밀번호, 아파트 현관 키 번호 등이다. 주어지는 것이나 선택과 노력을 통해 받는 번호도 있다. 시험에 통과하면 주어지는 자격이나 면허 번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숫자의 조합, 번호들 중에서도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다. 숫자와 인간은 불가분의 관계다. 개인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는 번호가 있고, 나쁜 영향을 주는 번호가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숫자 4를 싫어한다. 死(죽을 사)를 연상시킨다며 엘리베이터에 4층 대신 F라고 하기도 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아예 3층 다음 5층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중국 사람들은 숫자 8을 부자가 되는 행운의 숫자로 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8월 8일 8시에 개막했을 정도로 8을 선호한다. 이렇듯 한 자리 숫자에 대한 호불호는 민족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사리 판단에 영향을 줄 만큼 사회관념화 되어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이 두 자리를 넘어 세 자리, 네 자리가 되면 그냥 숫자는 숫자일 뿐 극성을 부리던 호불호도 사라지고 관심 밖이 된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집 주소, 차량번호, 전화번호는 대개 세 자리, 네 자리인데 이것들은 정말 사람과 아무 관계가 없을까?


다시 말하지만 관계가 있다. 그것도 자주 사용하는 번호일수록 더 큰 관계가 있다. 우리는 번호가 나를 부르고 내가 번호를 부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번호의 사용이 빈번할 수록 에너지의 크기도 달라지고 사용처에 따라 에너지의 방향도 달라진다.

이 에너지의 움직임에 관한 학문이 있다. 다들 알고 있는 주역이다. 과거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사서삼경 중 맨 마지막 책인 주역(역경)은 안타깝게도 일제 식민통치를 거치면서 거의 말살되다시피 했다. 일제가 박해했던 태극기 역시 주역에서 비롯된 상징물이다. 음양의 순환을 묘사한 태극과 8괘 중 4괘를 따서 사방에 그려 넣은 깃발이 대한민국의 국기인 것이다.


인간과 숫자의 관계는 주역으로 쉽게 풀이된다. 주역은 컴퓨터의 작동원리와 같은 2진법으로 에너지의 움직임을 설명한다. ㅡ(양) --(음) 두 가지 표식으로 사상(四象)과 팔괘(八卦)를 나타내고, 8괘와 8괘의 만남으로 64괘를 도출하며, 이 괘마다 여섯 가지 효(爻)로 풀어낸 것이 384가지 효상인데, 인간세계의 움직임은 대체로 이 384가지 모양새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숫자를 바꾸고 인생이 바뀌었다

나는 숫자를 바꾸고 인생이 바뀌었다


자기가 사용하는 번호가 좋은 작용을 하는지 아닌지 주역을 공부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누구나 번호만 알면 그 번호와 관계된 384효 중 하나를 찾아볼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나는 숫자를 바꾸고 인생이 바뀌었다'라는 책은 주역을 모르는 사람도 주역의 원리를 이용해 숫자가 내포한 의미를 파악해 개인의 처세 파악이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처세술의 기본은 개인의 노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숫자가 자신에게 좋은지 안다 하더라도 그 숫자에 맞는 인간의 노력이 있어야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숫자와 인생에 대한 재미난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지난 2017년 3월 6일자 '박 대통령 최순실 차명폰 통화, 이렇게 드러났다'라는 제목의 KBS 뉴스에 두 사람의 핸드폰 번호 가운데 네 자리 숫자가 노출된 적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3180, 최순실은 9420이었다. 한 개인에게 중요한 숫자가 성립되려면 반드시 세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남과 구별되는 변별력을 갖추어야 하며, 둘째, 반드시 중요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셋째, 일정 기간 동안 지속 사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두 사람의 전화번호는 2016년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573회나 사용된 것으로 보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이 두 번호와 관계된 두 사람의 인생을 풀어봤다.

출처 KBS, 박근혜-최순실 차명폰 내역

출처 KBS, 박근혜-최순실 차명폰 내역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화번호 3180은 '나는 숫자를 바꾸고 인생이 바뀌었다'라는 책(이하 '책'이라 칭함)에서는 '786 평(平)'으로 치환되며 아래와 같이 해석한다.


786 평(平)
"인생은 평화와 행복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라. 참고 인내하면서 노력해 가는 것이 인생이다. 희망은 언제나 고통의 언덕 너머에서 기다린다."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본명은 Kathleen Middle-ton Murry, 영국의 여류작가)

碩果不食(석과불식)은 다음해 농사지을 때 종자로 쓸 가장 좋은 과실로서 농부가 굶어 죽을지언정 먹지 않고 겨울을 나 다음 해 봄에 파종한다는 뜻이다. 즉 석과(碩果)란 역경 속의 희망을 의미하며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다음에 결실을 본다는 이치다. 단 당신이 소인배(小人輩)라면 정반대다.

부(富)의 관점 : 역경을 이겨낸 당신의 사업은 경쟁력에 힘입어 발전하고 또 발전한다. 만약 중간에 포기한다면 끝이다.
귀(貴)의 관점 : 역경을 이겨낸 당신은 만인의 모범이다. 사람들은 당신을 자녀들의 모범으로 삼을 것이다. 만약 눈앞의 유리함만 쫓는다면 폐인(廢人)이 될 것이다.

위의 해설은 전화번호가 3180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효상 786을 얻어 바르게 군자(君子)처럼 행동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는 만인의 모범이 될 것이지만 판단을 잘못해서 사익(私益)을 추구한다면 폐인(廢人)이 될 것이라는 것이 요점이다.

책에서는 효상을 대길(大吉), 길(吉), 평(平), 흉(凶), 대흉(大凶)의 다섯 가지로 급으로 나눈다. 이 평이란 효상은 어중간한 보통의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나 행동의 선택으로 삶이 나쁘거나 좋게 변하는 변곡점에 있다는 말이다.

더 깊게 들어가보자. 이 책의 근거인 주역(周易) 경전(經典) 원문(原文)을 살펴서 주역(周易)의 이론과 적용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효상 786은 주역경전원문에서 산지박괘(山地剝卦)의 6번째인 6효(爻) 상구(上九)에 해당한다. (깊은 원문 해석까지 필요치 않은 분은 아래 해설을 건너 띄고 바로 최순실의 사례로 넘어가도 된다)



山地剝卦(산지박괘) 6爻(효) 上九(상구)
上九(상구)는 碩果不食(석과불식)이니 君子(군자)는 得輿(득여)하고 小人(소인)은 剝廬(박려)리라. 象曰(상왈) 君子(군자) 得輿(득여)는 民所載也(민소재야)요 小人(소인) 剝廬(박려)는 終不可用也(종불가용야)
원문의 직역 : 상구(上九)는 큰 과실은 먹지 않는 것이니 군자(君子)는 수레로 모셔지고 소인(小人)은 집을 깎아 망하리라. 상이 말하기를 군자(君子)가 수레로 모셔진다는 것은 백성의 마음을 얻어 수레로 모셔지는 것이고 소인(小人)이 집을 깎아서 망한다는 것은 마침내 쓰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단어풀이 : 석과(碩果)란 다음 농사에 쓸 가장 좋은 과실(果實). 깍을 박(剝)자에 농막집, 오두막집, 처소를 뜻하는 려(廬)가 쓰인 박려(剝廬)는 집을 깍아낸다 가문이 망한다라는 뜻. 군자(君子)는 바른 사람. 소인(小人)은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쫓는 사람. 득여(得輿)의 여(輿)는 수레, 가마의 뜻, 여기서는 성공을 의미함.


원문의 해설: 이 효상(爻象)을 얻은 사람은 자신의 처신에 따라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영광을 얻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취한다면 집안이 완전히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석과불식(碩果不食)에서 석과(碩果)란 다음에 농사를 쓰려고 농부가 보관하는 가장 좋은 과실이며 불식(不食)은 봄에 파종하기까지 혹독한 겨울을 지내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이 상을 얻은 사람은 가장 좋은 과실을 먹지 않고 봄까지 버티었으니 가장 힘든 고비는 넘기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상황까지 도달한다라는 말이다. 즉, 이 상을 얻은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상황에 근접해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 효상(爻象)은 이 상(象)을 얻은 사람의 마음자세에 따라서 미래가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으로 전개가 될 수 있으니, 소인처럼 눈 앞의 이익이나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중대한 일을 망치지 말 것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지박괘(山地剝卦) 6효(爻) 요약

산지박괘(山地剝卦) 6효(爻) 요약



그렇다면, 숫자로 본 최순실의 운세는 어떨까? 최순실의 핸드폰 번호 가운데 자리 9420을 주역에 근거하여 치환해보면 646 대흉(大凶)이라는 결과값이 나온다. '나는 숫자를 바꾸고 인생이 바뀌었다'라는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풀어놨다.



646 대흉(大凶)
"불행의 원인은 늘 나 자신이다. 몸이 굽으면 그림자도 굽으니 어찌 그림자 굽은 것만 한탄할 것인가! 나 외에는 아무도 나의 불행을 치료해줄 사람이 없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프랑스의 수학자, 철학자)

당신의 상황은 매우 불리하다. 불리한 상황의 원인은 본인이다. 당신은 험한 길을 처음 가나 겸손 대신 자만을 동반자로 하였으며 남들의 조언을 잔소리로 무시한 자이다. 당신이 만날 험한 일들은 스스로 초대한 재앙이라는 친구로서 그는 당신과 함께 절망의 구렁텅이까지 같이 갈 것이다.

부(富)의 관점 : 당신의 사업은 당신의 부주의와 자만으로 망한다.
귀(貴)의 관점 : 당신에게 명예란 어울리지 않는 친구이다. 당신의 친구는 치욕이다.

위의 해설은 최순실의 전화번호 9420에 해당하는 효상인 646에 대한 설명으로 오만과 자만으로 똘똘 뭉쳐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하다가 재앙을 만나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상황을 설명한다. 책에서는 재앙을 벗어나려면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가 잘못을 깨닫고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으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이 근거한 주역(周易) 경전(經典) 원문(原文)을 살펴서 주역(周易)의 이론과 적용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책의 해설인 646은 주역경전원문에서는 수뢰둔괘의 6번째 인 6효(爻) 상육(上六)에 해당한다.



水雷屯卦(수뢰둔괘) 6爻(효) 上六(상육)
上六(상육)은 乘馬班如(승마반여)하야 泣血漣如(읍혈연여)로다 象曰(상왈) 泣血漣如(읍혈연여)니 何可長也(하가장야)리오?
원문의 직역 : 상육(上六)은 말을 탔다 내려서 피눈물이 흐르도다. 상왈(象曰) 피눈물이 흐르니 어찌 가히 오래 가리요?

※ 단어 풀이 : 반(班) 나누다, 이별하다, 내리다. 읍(泣) 울다. 연(漣) 잔물결치다, 물처럼 흐르다


원문의 해설 : 이 효상(爻象)은 말을 타는 것과 같이 높은 자리에 올랐다가 말에서 내려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과 자신이 누리던 권세(權勢)가 끝나는 상황을 말한다. 즉, 최순실이 대통령의 권세를 이용해서 말을 타고 높은 자리에서 즐기다가 추락해서 피눈물을 흘리는 재앙(災殃)을 만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고, 이 상은 말을 탈 때 누렸던 권세(權勢)가 오래가지 못하는 물거품이라는 점 또한 말한다.



水雷屯卦(수뢰둔괘) 6爻(효) 上六(상육) 요약

水雷屯卦(수뢰둔괘) 6爻(효) 上六(상육) 요약



숫자와 인간은 땔래야 땔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숫자를 통해 인간사를 살펴볼 수 있고, 인생이 숫자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 주역이란 학문은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삶의 비밀을 풀어내는 코드로써 제 역할을 다한다. ㅡ(양)과 --(음)의 2진법 코드로 세상 사람들에게 각각의 처세술을 제공하려 했던 주역의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숫자와 자기 인생의 관계를 찾아볼 수 있도록 책을 출간했지만, 결국 처세라는 것, 변화하는 세상의 한 가운데 선 자신의 위치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노력도 없이 변화를 바란다는 건 욕심이다. 책은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게 해줄 뿐, 노력을 해야 변화가 생기고, 희망이 생기고, 인생이 바뀐다.


金河 박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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