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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아베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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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간(1894~1946) 전(前) 일본 의원은 평화주의자였다. 그는 1942년 4월에 치러진 '익찬선거(일종의 어용선거)'에서 드물게도 비(非)익찬회 후보로 중의원에 당선됐다. 익찬선거는 A급 전범으로 교수형을 받은 도조 히데키(1884~1948)가 주도했다.


그가 태평양전쟁을 수행하려고 만든 '익찬정치체제협의회'는 익찬선거의 도구였다. 이 협의회는 군부의 정책에 협력하는 이들만 중의원 후보로 추천했다. 협의회의 추천을 못 받은 후보들은 경찰의 탄압을 받았다.

아베 간은 당시 선거공보에 '국제 정세가 극도로 긴박해 2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잉태하고 있는 상태', '아무리 일을 해도 생활의 안정을 얻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내걸었다.


그는 이처럼 도조 히데키 내각에 대립하고 전쟁에 반대하며 민중의 편에 서 있었다. 아베 간은 1945년 일본의 항복 직전 건강 문제로 고향 병상에 드러누웠고 이듬해 1월에 숨졌다. 후광이 그리 밝지는 않은 정치인생이었다.


아베 간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던 기시 노부스케(1896~1987)와 사돈지간이다. 도조 히데키 '전쟁내각'의 장관 출신이자 그와 마찬가지로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는 전쟁 뒤 수감됐다가 미(美) 군정의 협조로 풀려나 총리까지 지냈다.

정한론(征韓論)의 근거지였던 야마구치 현 출신의 기시 노부스케는 평화헌법 개정, 즉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 염원을 품고 있었다. 아베 간의 아들 아베 신타로, 기시 노부스케의 딸 기시 요코는 아베 신조 현(現) 일본 총리를 낳았다. 아베 신타로는 자기의 아버지처럼 평화(헌법)를 옹호했다.


아베 신조는 친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아닌, 외할아버지를 받들기로 유명하다. 친할아버지와 관련한 언급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반(反) 도조 정권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 온 의원이기도 했다"고 원론적으로 떠올리는 정도다.


교도통신 기자였던 아오키 오사무는 저서 '아베 삼대(2017)'에 아베 신조의 옛 직장 상사가 남긴 얘기를 실었다. "강아지가 늑대 새끼 무리에 들어간 뒤 늑대처럼 되고 말았다."


아베 신조의 피에는 제국 부활의 야심과 정한론의 DNA가 들어있다. 경제보복은 악랄했던 정한론의 약식 변주가 아닐까. 친할아버지가 조금 더 유명하게 오래 살고 잘 나가서 아베 신조가 받들었다면 동북아시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 같다. 아예 아베 신조가 등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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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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