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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속살] 뇌물은 언제부터 '사바사바'해서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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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어사전에는 "소탈하고 시원스러운 사람"이란 의미
고등어 개수 속여 빼돌리던 에도시대 속어에서 온 것으로 추정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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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흔히 뇌물이나 뒷거래 등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이뤄지는 일을 가리켜 '사바사바'라는 말을 많이 쓴다. '싸바싸바'라 발음하기도 하는 이 말은 아예 뇌물 그 자체를 뜻하는 '와이로(わいろ)'와 함께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온 말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어원을 두고는 여러 설이 존재하는 말이기도 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바사바란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설명돼있다. 일각에서는 윗사람의 비위를 잘 맞추고 아부를 잘 떠는 것도 싸바싸바라 칭하기도 한다. 뇌물이든 아부든 부정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의 행위나 그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로 쓰이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사바사바의 고향이라 알려진 일본어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 일본어사전에도 사바사바(さばさば)란 말은 등재돼있지만, 우리가 쓰는 사바사바와는 완전히 뜻이 다르다. 마음이 후련한 모양, 혹은 성격이 소탈하고 시원스러운 모양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사바사바의 은밀한 뒷거래나 뇌물과는 좀체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본어가 근원이기는 하지만, 현대 일본어와 큰 연관성은 없는 단어로 추정되고 있다. 대체로 현재 쓰이는 일본어 사바사바의 뜻보다는 일본어로 고등어를 뜻하는 '사바(さば)'에서 왔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고등어와 뇌물이 연계된 이유는 과거 일본 순사들에게 고등어를 뇌물로 챙겨줬기 때문이란 설이 있다. 고등어 한 손이 2마리기 때문에 사바를 두번 반복해 사바사바란 말이 탄생했다는 것.


고등어란 뜻만 놓고 봤을 때, 아예 일본 에도시대에 횡령을 의미하던 '사바오요무(さばを讀よむ)'란 말이 사바사바로 변했을 것이란 설도 있다. 여기서 사바오요무란 글자 그대로 고등어의 숫자를 센다는 뜻이다. 에도시대에 관청에 고등어를 특산물로 바칠 때, 상인들이 부패한 관리와 짜고 고등어를 빨리빨리 세는 척을 하며 상자에 담아 납품하고 상당수는 빼돌려서 자신들이 이익을 취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후 남을 속인다는 속어로 일부 쓰였다고 하지만, 현재는 일본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 됐다. 역으로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 더 오래 남겨지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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