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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계통/석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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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빨강 네가 아무리 우겨도 빨강


파랑 같아도 이건 빨강

노랑 같아도 이건 빨강


오렌지 같아도 바나나 같아도 이건 빨강


지금 이게 빨강이라고요?

네 얼굴이 아무리 붉으락푸르락 해도 이건 빨강


나는 빨강이 싫어요! 그래도 너는 빨강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그래도 너는 빨강


노랗게 생리통이 와도


청바지에 검은색으로 슬쩍 비쳐도


나는 여자가 싫어요!


그래도 너는 빨강


이건 빨강, 정말 빨강!


[오후 한 詩]계통/석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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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빨강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제 이름은 빨강이 아니에요. 제게도 이름이 있어요. 하긴 당신은 제 이름 따윈 궁금하지도 않겠죠. 제가 입고 있는 청바지마저 빨강이라고 우기는 당신이니까요. 보세요. 저 하늘은 무슨 색인가요? 그리고 저 제비꽃은요? 저기 조그마한 꼬마가 신고 있는 노란 운동화는요?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찬찬히 바라보세요. 한때 당신이 사랑했던 하늘이고 꽃이고, 오래전 바로 당신이었던 꼬마잖아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어도 당신의 엄마고 딸인걸요. 저는 정말이지 다만 당신이 걱정될 뿐이에요. 자 그러지 말고 거울을 보세요. 거울 속의 당신 눈동자를 똑바로 보세요. 새빨간 당신의 두 눈을요.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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