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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다'와 '할지 말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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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본부가 크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부각되는 것이 없었다…전임 본부장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할 수 있었지 않았겠나 생각한다. 본인 의지만 있다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며칠 전 미국 워싱턴DC 현지에서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전임 본부장은 이재웅 쏘카 대표를 말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월 출범시킨 혁신성장추진본부 민간위원장을 맡았다 12월 사임했다.

'의지'를 의심받은 이 대표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렇게 비판하는 부총리는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혁신성장에 기여했는지 묻고 싶다"고 되받아쳤다. "지금 이렇게 혁신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일까, 대통령은 의지가 있으시던데"라고도 말했다.


이게 무슨 논란인가. 혁신성장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그 이유를 엉뚱한 데서 찾는다. 우선 이 대표가 의지가 없었다는 비난은 타당하지 않다. 이 대표가 민간혁신본부장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의지를 갖고 있었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가 무엇이 부족해서 공직을 수락했겠는가? 정부의 말을 믿고 공공의 이익에 봉사해 보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지는 혁신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필요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즉 실질적 권한과 권능이 주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이 대표에게는 이것이 부여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퇴임하면서 "기획재정부는 의지가 있는데 부처라는 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처가 반대하면 이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힘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부처의 반대를 돌파할 수 있는 권한과 권능.


홍 부총리가 이 대표와 차별화되는 것은 그가 마음 먹기 따라서는 이것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부총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지'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 이 대표에게 홍 부총리는 의지 부족을 공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만약 그가 실패하면 그는 의지는 물론이고 용기도 없었던 사람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혁신성장과 관련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야 할 점은 접근 방식이다. 누구나 다 아는 문제점이 이해관계의 대립이다. 기존의 이해관계집단이 공고한 상태에서 이들의 반대는 결사적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혁신에 동참해 줄 것을 설득부터 하겠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는 개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정치투쟁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개혁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원격진료나 카풀이나 어떤 공유경제 이슈도 '한다'는 전제가 없으면 영원히 평행선이다. 해야 하는 논리는 충분하다. 국민의 이익이다.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이해관계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한다'는 전제하에서의 사회적 대타협은 이해관계자들의 상실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로 좁혀진다. 그렇지 않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자체를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면 배는 산으로 간다. 결론이 나지 않는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주는 2016년 우버를 포인트투포인트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 주 정부는 우선 시민들에게 물어보았다. 택시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여론화시켰다. 그 결과를 놓고 '한다'는 전제하에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협상을 한다. 2000억원가량의 기금을 만들어 택시기사의 복지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바로 이것이다. 시민의 이익을 정부가 강력히 옹호하면서 이익집단을 압박한 것이다.


혁신성장은 기존의 이해관계를 해체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어렵다. 의지가 없어서 못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극단적 반대 때문에 못한 것이다. 홍 부총리가 혁신성장에 성공하는 길은 하나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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