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ILO 핵심협약 비준 시기상조…정치파업만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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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16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이며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는 6월 ILO 100주년 초대장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국제사회를 의식해 이벤트식으로 추진하기엔 우리 사회가 아직은 감내하기 벅차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경영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공익위원 최종 권고안을 내놓은데 대해서도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며 "9개월 간 이어진 사회적 대화의 결과치고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가 경영계 요구사항인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파업 시 작정점거 금지 등 일부 내용을 권고하긴 했지만 핵심은 비껴간 구색맞추기용"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또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화의 한계만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정부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친노조 정책을 잇따라 밀어붙였고 강성 노조에 끌려다니며 노사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직자와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아예 '뒤집힌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할 경우 "해직자의 노조가입이 허용되고 전교조가 합법화된다. 공무원과 교사 파업이 가능해지고 해직자가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임금협상에 관여할 수 있게 돼 정치파업이 일상화될 수 있다"며 "유럽연합(EU)가 비준을 계속 미루면 분쟁 절차로 들어가겠다며 압박하고 있고 ILO 또한 기한을 정해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악명 높은 한국의 갈등·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타협적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의 균형을 통해 상생관계를 형성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노조할 권리에 맞춰 기업할 권리도 보장해달라는 경영계의 호소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노사 양측 각자의 요구를 100%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이 문제는 해법이 없다"며 "정부 여당은 ILO 핵심협약을 놓고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기보다 무엇이 우리 경제와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지 좀 더 진지하게 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