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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먹는 게 일상?…행복한 ‘브이로그’에 우울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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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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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20대 대학생 A 씨는 유튜브로 ‘브이로그’를 보는 게 취미다. 하지만 가끔 우울감에 빠져들 때가 있다고 토로한다. 자신을 비롯해 친구들은 학점 걱정은 물론 취업까지 불투명한 현실이지만 브이로그 속 그들은 오전 10시에 일어나 브런치를 먹는가 하면, 가까운 헬스장을 다니며 꾸준히 건강 관리도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솔직히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대리만족을 느낄 때도 있어 계속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공개하는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브이로그 계정을 보면 매일 브런치를 먹으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반면, 현실은 높은 청년실업률로 신음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아 이런 일상과 대비 되기 때문이다.

“브이로그 속 사람들을 보면 항상 뭐라도 하고 있잖아요 근데 영상 밖에서는 다들 게으르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런 장면은 없잖아요 솔직히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20대 대학생 B 씨는 브이로그를 시청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브이로그를 보다 보면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유튜브에서 '브이로그' 검색한 결과.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브이로그' 검색한 결과.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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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브이로그로 검색하면 수백 개의 영상이 쏟아진다. 이 중 자신을 자취생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는 자취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쿠키를 만들어 먹는다. B 씨는 이런 모습에 대해 “게을러서도 그렇지만 자취생 중 쿠키를 직접 만들어 먹는 자취생이 몇이나 될까요”라며 “(쿠키를 만들어 먹는 것이) 실제로 그럴 수 있지만,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브이로그를 보면 직장인들의 영상도 있다. 이들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모든 일상을 촬영해 영상으로 공개한다. 이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직장인들이 있다. 브이로그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상사 시각에서는 좋아 보일 수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20대 대학생 C 씨는 이에 대해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과시하는 것 같다”면서 “일반인이 유튜브를 매개체로 해서 자신의 도시 생활을 드러내려고 하는 일종의 인위적인 느낌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수롭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대학생 D 씨는 “사실 별 생각 없다. 브이로그 만드는 사람들이나, 보는 사람들이나 자기 만족 그대로 보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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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이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SNS)를 지속해서 접속하면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연구팀은 19~32세의 젊은 성인 1800여 명을 대상으로 SNS 사용 시간을 분석, 설문 조사를 통해 대상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정신적, 사회적 건강 수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직업, 소득, 지역 등 다른 요인을 통제해도 하루에 2시간 넘게 SNS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30분 정도 이용하는 사람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낄 가능성이 2배 높았다.


연구팀은 △SNS는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전통적인 상호작용을 대체하지 못하고 △행복해하는 타인을 보며 자신은 그곳에 없다는 박탈감, 질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원래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SNS를 이용한 것인지, SNS를 이용해서 사회적 고립감이 높아진 것인지 인과관계를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도 “SNS를 한다고 해서 사회적 고립감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브이로그 등 SNS에는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이를 보는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브이로그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은 모습, 멋진 모습 등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그것이 인간의 욕구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모습이 보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브이로그를 보는 사람이 불행한 상황에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괴리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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