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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한진그룹 주주권 행사, 국민연금 본질 벗어난 민간기업 경영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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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기로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공적 연기금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어느 사회든 각 구성원이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양적ㆍ질적으로 성장하게 돼 있다. 즉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거나 추가로 더 많은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경우 그 사회는 퇴보와 동시에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민간 기업 경영 개입도 이러한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역할은 국민의 노후를 위한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즉 국민이 노후 생계를 위해 의지할 언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금의 혜택을 보는 고령자의 수가 증가하는 고령화사회를 맞이한 현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 추세라면 국민연금 규모는 2040년 이후 급감해 2060년이 되면 완전 소멸될 것이라고 한다. 즉 국민연금을 잘 관리해야 미래 세대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을 1% 제고할 때 연금 고갈 연한을 8년이나 연장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세계 3위의 연금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지난 5년 평균 투자수익률은 해외 선진국의 연기금보다 2~3%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직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수익률 제고가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그 역할을 민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두고 한진그룹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재선임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지분의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 칼의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이기 때문에 경영 실적의 부진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다소 이해가 갈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영업실적은 지속적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소위 갑질 사태 이후에도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번에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의 이사 선임과 관련해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연금의 역할인 수익률 제고와는 무관한 경영 참여라는 것이 입증됐다.


또한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은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보더라도 현 정부하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수익률 제고가 아님이 명백해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국민연금이 장기 수익률 제고보다는 민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 기업을 지배하는 데 관심을 갖는 곁눈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국민연금은 작금의 사태를 재벌의 행태가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려 주가가 하락하면 결국 연금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오너 일가의 갑질이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현대사회가 다변화된 만큼 현상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태와 같은 민간 기업 구성원 간의 사적 갈등을 이유로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이 해당 기업의 경영진 교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경우 자칫하면 국민연금의 역할이 민간 기업 지배구조 통제자 내지는 관리자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헌법 제126조는 국가 기관이 민간 기업의 경영을 통제ㆍ관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역할이란 국민이 맡긴 돈을 잘 지키고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연금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재음미하는 현 정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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