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해외직판 구축해 '제2도약'…아들에겐 이사회 의장 맡겨 "소유·경영 분리"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2013년 5월 30일 새벽,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임직원들은 밤을 새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이자 셀트리온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 제품허가를 위한 최종 관문을 앞두고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유럽약품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전원 만창일치'로 램시마의 승인을 결정했다. 서 회장은 임직원들을 끌어안으며 "너무 기뻐 눈물이 난다"고 벅찬 감동을 표현했다. 당시 이름조차 생소했던 한국의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진출의 포문을 연 순간이었다. 램시마는 2016년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을 뚫은 데 이어 현재 유럽 시장 점유율 55%를 장악하며 K바이오의 위상을 알리고 있다. 국내 의약품 가운데 연간 누적 처방액 1조원을 돌파한 것은 램시마가 최초다.
◆연탄배달 청년, 창업으로 '없던 길' 개척= 맨 손으로 기업을 일군 서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삼성전기 , 대우자동차를 거쳐 벤처를 시작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생명공학을 접했다. "노벨 의학상 수상자를 무조건 만나봐야겠다." 바이오 문외한이었던 서 회장은 2000년초 바이오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무작정 날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를 발견해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루크 블럼버그 박사와 스탠퍼드대학의 에이즈연구소장이었던 토마스 메리건 교수 등 석학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바이오산업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무엇보다도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기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바이오시밀러에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바이오사업에 대한 무지ㆍ편견과 싸우다= "이 사업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사업인 줄 나중에 알았다. 창업멤버들과 2000년대 초반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서 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사업 개척의 어려움을 이렇게 회고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유전자재조합기술, 세포배양기술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특히 항체 바이오의약품은 복잡한 분자구조 때문에 합성의약품과는 달리 개발과 생산이 까다로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도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 대기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야기도 하다.
2004년 셀트리온도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 2002년 창업하면서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에이즈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3상 임상 시험이 모두 실패한 것이다. 직원들은 크게 상심했다. 서 회장은 "실패는 성공을 위한 좋은 백신"이라는 말로 직원들을 다독이는 한편 오히려 3000억원 투자 규모의 2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 서 회장의 실험은 계속 됐다. 일반 제약사들은 연구개발을 먼저 시작해 개발한 의약품의 판매허가를 받고, 이후 판매에 돌입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지만, 셀트리온은 먼저 생산설비를 갖추고 위탁생산(CMO)을 통해 선진 기술을 익혀 의약품을 개발하는 역발상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셀트리온은 2005년 글로벌 제약회사 BMS와 CMO 계약을 체결해 생명공학의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