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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12월 겨울 그리고 세 명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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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청년이 숨졌다.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이던 청년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낀 채 발견됐다. 부모는 허망하게 외동아들을 잃었다. 청년은 새벽에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누군가 컨베이어 벨트를 멈췄다면…. '2인 1조' 근무 규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는 그렇게 또 한 명의 청년을 빼앗아갔다.

서울 마포구 아현 2구역 철거민인 30대 남성이 지난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건축 철거 과정에서 그의 집이 사라졌다. '어머니에게 임대 아파트를 드리고 싶다.' 유서는 어머니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아들을 잃고, 미래와 희망이 사라졌다." 어머니에겐 너무나 가슴 시린 겨울이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0대 택시기사가 몸에 불을 지르고 세상을 떠났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택시근로자들도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유서는 다른 택시기사들의 마음을 울렸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이라는 표현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13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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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은 유독 춥다. 급강하한 기온 때문만은 아니다. 저마다의 꿈을 간직하며 살았던 우리 이웃의 죽음이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분명 세상은 바뀌었다. 국민이 믿고 지지했던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야속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이 추운 겨울날, 자신의 한 맺힌 사연을 죽음으로 호소하며 세상을 떠났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갈망한다는 이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를 변론하려는 생각에 '12월 겨울 그리고 세 명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부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외면의 정당화'는 판단의 객관성을 흐리게 한다.

참담한 12월을 선택했던(맞이했던)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이 땅을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선 아닐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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