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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마존 제2본사 반대하는 뉴욕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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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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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처음으로 돌아오는 월요일. 이날은 일명 '사이버 먼데이'로 불린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에 대거 나서는 것을 보고 주요 업체들이 파격 할인행사를 하면서 확산됐다. 미 최대 유통공룡인 아마존과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 등이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 뉴욕 맨해튼 한복판, 34가 헤럴드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아마존 상점에는 시위대가 잔뜩 몰렸다. 이들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지 말자'는 표식을 일제히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시위는 뉴욕에 들어서기로 한 아마존 제2본사를 반대하는 시위다. 아마존은 지난해 북미 지역에 제2본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도시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미국·캐나다·멕시코의 238개 도시가 뛰어들며 경합을 벌였고 결국 뉴욕과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승리로 끝났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홈런을 쳤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나 보다.

이날 시위대는 "30억달러(3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대기업에 쓰면서 뉴욕을 망친다"는 논리를 폈다. 아마존에 세제혜택을 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마존이 본사 부지로 선점한 뉴욕 퀸즈 지역의 롱아일랜드시티(LIC)는 이민자들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비율이 높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부동산 값이다. 퀸즈는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과 가까우면서도 집값은 상대적으로 싸다. 자영업으로 먹고사는 이민자들이 부동산 때문에 뉴욕시 외곽 지역으로 쫓겨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교통체증이다. 퀸즈 지역 거주민들은 아직도 허리케인이 오거나, 폭설이 내릴 때면 맨해튼에 위치한 직장을 오가는 지하철이 끊겨 지각하기 일쑤다. 아마존이 들어설 경우 이 체증은 더욱 심해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마지막은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제지원에 대한 불만이다. 시위대에 참가한 리사(Lisa)는 "공립학교 시설은 아직도 열악하고 공공주택도 모자라는 상황인데 대기업 유치에 세금을 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날 뉴욕의 아마존 반대 시위가 미 전역에서 반발을 샀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뉴욕 시민들조차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한가한 정치적 시위'라고 비웃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는 "뉴욕 시민들은 일자리를 더 원하지 않느냐", "집값이 높은 건 이해하지만 그건 아마존 때문이 아니다"라는 비난이 나왔다. 콜로라도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시위대를 보면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이 시위대를 보고 뉴욕시에 본사를 짓는 것을 철회하길 바란다"며 "대도시가 아닌, 시골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환영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주 북쪽 지방 로체스터에 거주하는 칼(Carl)은 "시위대가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뉴욕주와 뉴욕시의 실업률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며 "뉴욕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뉴욕시를 빼고 생각해야 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말)"고 강조했다.

만약 아마존이 먼 훗날 아시아 국가에 또다른 거점을 만들겠다며 제안서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서울도 분명히 비슷한 상황을 겪을 것 같다. 일부는 대기업에 퍼주기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일부는 기업 없이 나라가 어떻게 크냐고 할 테다. 때문에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는 뉴욕시와 뉴욕주의 대응이 더 기대된다. 대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그에 걸맞은 세제 혜택과 반대 목소리에 대한 현명한 대응을 보고 싶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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