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이날 정책 세미나서 전성인 교수 '감독체계 개편' 발제 취소…'금융위 해체' 주장에 부담 느낀 듯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책 세미나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발제에 나서기로 한 교수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이다. 정책 세미나 하루 전 발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후 뒤늦게 강연 취소에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가 당초 예정된 3개 세션 중 첫 번째 세션에서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날 세미나에선 제외됐다.
KDI 관계자는 "전 교수가 특정 기관의 특정 직위까지 언급하는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내용을 준비했다"며 "새로운 경제구조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자는 이번 세미나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원회 해체'를 골자로 한 전 교수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주장에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교수는 대표적인 금융위 해체론자 중 하나다. 금융정책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위가 금융감독 기능을 맡는 금융감독원을 지휘·통제하는 현재의 구조가 금융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시각에서 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해왔다. 금융위의 '엑셀(산업 육성)' 기능은 기획재정부에, '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이관해 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금융위는 완전히 해체하자는 게 골자다.
전 교수는 전날 KDI 사전배포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금융의 발전지체는 상당 부분 금융감독체제의 후진성에 기인한다"며 "금융감독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이며 그 핵심은 금융위의 완전한 해체"라고 주장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타 준정부기관에 속하는 KDI가 정부 부처인 금융위를 해체하자는 전 교수의 주장을 세미나를 통해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KDI가 정책 세미나 개최 하루 전에 전 교수의 발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까지 언론사에 배포한 후 뒤늦게 강연을 취소한 배경을 놓고 다른 정부 부처와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지만 현재 관련 논의는 수그러든 상황이다. 주요 경제·정치 현안이 산적해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리는 데다, 금융위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회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쟁점이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빼고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이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이슈,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 등을 놓고 금융정책·감독 이슈에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학계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 군불이 지펴지는 상황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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