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우라늄 시설 파괴 의사 전달

美는 불만족‥트럼프, 文에 중재 요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북한이 미국에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ㆍ미 간 중재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9일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미국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에 이어지는 북측의 비핵화 조치다.

신문은 북한의 제안이 김 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신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은 2009년에 건설이 시작돼 2010년께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0년 11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미국 전문가에게 공개하고 2000기의 원심분리기가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설은 연간 핵폭탄 약 2개분에 상당하는 40㎏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 역시 이날 북한이 미국에 모종의 수정된 제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핵시설 목록과 비핵화 시간표에 근접한 방안을 새로 제시했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두 매체의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진척을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사히는 미국이 북한의 새 제안이 종전 선언에 이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측의 과감한 양보 중개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역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는 모든 핵과 미사일을 신고하는 것이며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리들은 여전히 북한이 모든 핵무기ㆍ핵시설ㆍ핵물질을 신고하고 핵활동도 동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는 북한과 미국 간의 간극을 문 대통령이 얼마나 조율해 낼지가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이 미국을 확신시킬 수 있는 비핵화 조치에 동의할지가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이라고 평했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