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전속성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현실적인 예를 몇 가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어떤 은행에서 오랜 기간 재직한 은행원 K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K씨가 쌓아온 업무 경험은 은행에 재직하는 동안에는 매우 귀중한 무형자산일 것이다. 그러나 K씨가 은행업이 아닌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상황이라면, K의 업무 경험은 가치를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때 K의 업무 경험은 은행 업무에 한하는 전속성을 띠는 자산에 해당한다.
자산전속성이 왜 불공정 관계를 가져오는 것일까? 앞의 K씨의 예를 다시 생각해보자. K씨의 업무 경험은 은행에서 재직하는 동안에는 5000만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지만 은행업이 아닌 다른 직종에서는 3000만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고 하자. 그렇다면 은행은 K씨에게 반드시 5000만원의 경제적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을까?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어차피 K씨는 다른 직장으로 이직해도 3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지 못할 테니 은행은 3000만원을 넘는 임금만 지급하면 K씨가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K씨는 자신의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다고 생각하겠지만.
A사와 B사 간의 납품 관계도 유사하다. B사가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하며, 확보한 생산설비를 통해 생산한 부품을 A사에 납품할 것이다. 하지만 B사의 설비투자는 A사에 맞춘 부품 생산을 위한 투자이며, 부품 납품에 앞서 이미 투자가 이뤄져야 하므로 높은 관계전속성이 있다. 따라서 A사는 B사의 (이미 이뤄진) 설비투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해줄 이유가 없다. 나아가 이미 생산이 이뤄져 납품을 기다리는 부품에 대해서도 충분한 납품 가격을 쳐줄 이유가 없다. 이미 생산됐고, A사 자신이 아니면 별로 필요한 곳도 없는 부품의 가격을 적당히 후려친다고 해도 B사는 어쩔 수 없이 납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철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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